[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를 받는 R&B가수 알 켈리(56)에 대해 미국 일리노이주 쿡카운티 검찰이 공소를 취하했다. 이미 연방 사법당국에 의해 교도소 신세를 지고 있는 켈리에 대한 추가 혐의 입증보단 그에 소요되는 시간과 피해자들의 고통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3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킴 폭스 쿡카운티 검사장은 전날 “자원 제한”(limited resources)을 이유로 시카고 출신 켈리의 과거 성범죄 혐의에 대해 공소 취하 결정을 내렸다.
폭스 검사장은 켈리가 이미 연방 사법당국의 처벌에 의해 수십 년을 교도소에서 보낼 운명에 처해있다며 “우리의 자원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쿡카운티 검찰은 2019년 2월 켈리를 총 10건의 성범죄 혐의로 최초로 공소를 제기한 바 있다.
케이블채널 ‘라이프타임’(Lifetime)이 켈리를 가해자로 지목한 성범죄 피해 사례를 담은 총 6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Surviving R.Kelly)를 방송한 지 한 달여 만의 일이었다.
켈리는 지난 1998년부터 2010년까지 미성년자 3명 포함 모두 4명의 여성을 성적으로 상습 착취한 혐의를 적용받았다.
당시 폭스 검사장은 피해자들에게 “당당히 앞으로 나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4년 만에 시작될 예정이던 재판을 하루 앞두고 “피해자들과 의논해 내린 결정”이라며 기소 철회 사실을 알렸다.
폭스 검사장은 “(공소 취하에 대한) 피해자들 반응은 엇갈렸으나, 연방 소송을 치른 피해자들은 재판 과정이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며 최종 결정에 만족해했다”고 밝혔다.
시카고 트리뷴은 “수 주 전부터 이번 소송이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면서 “쿡카운티 형사법원서 열린 일련의 사전심리가 별 진전없이 맴돌면서부터였다”고 전했다.
이어 쿡카운티 검찰이 소 취하에 앞서 계산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재판에 이기더라도 켈리에게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반면 진다면 최초로 공소를 제기한 입장에서 당황스러워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쿡카운티 검찰은 지난 2002년에도 켈리를 아동 포르노 혐의로 기소했다가 성과 없이 마무리한 바 있다. 2008년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영상 속 인물이 본인이 아니라는 켈리 측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 평결을 내렸다.
한편 켈리의 변호인은 공소 취하 사실을 반기며 “이번 기소는 미투운동이 절정이던 시기에 제작된 일방적 TV 방송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이었다”고 주장했다.
켈리는 현재 시카고 시내 연방 교도소에 수감돼있다.
그는 2019년 2월 쿡카운티 법원에서 보석금 100만 달러(약 12억 원)를 책정받고 수감됐다가 팬이 대납한 보석 보증금 덕분에 풀려났었다.
그러나 5개월 만에 뉴욕과 시카고의 연방검찰이 아동 포르노 및 사법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연방 수감자 신세가 됐다.
연방법원 뉴욕 동부지원(브루클린 연방법원)은 작년 6월 열린 재판에서 켈리의 미성년자 성매매 및 공갈 혐의에 대해 징역 30년 형을 선고했다. 연방법원 일리노이 북부지원(시카고 연방법원)의 재판은 다음달 열릴 예정이다.
1994년 마이클 잭슨의 ‘유 아 낫 얼론’(You Are Not Alone) 등 작곡 실력으로 먼저 관심을 모은 켈리는 ‘아이 빌리브 아이 캔 플라이’(I Believe I Can Fly·1998)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시대를 풍미했고 2008년 빌보드 선정 가장 성공한 가수 톱 50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유명세를 이용해 젊은 여성들을 성착취한다는 의혹을 받았고 결국 인생이 송두리째 나락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