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전 성남지청장의 고소로 법조팀장인 좌영길 기자와 함께 피고소인 신분이 된 걸 안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고소장에는 지난해 1월 기사에 허위 사실을 써서 본인 명예가 훼손됐다는 주장이 적혀 있었다. 가을에 별도 기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박 전 지청장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했을 때 “법적 조치” 이야기를 꺼내기에 그러려니 하고 말았는데 얼마 뒤 실제 고소장 제출 사실을 알게 됐다.

박 전 지청장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처리 문제를 놓고 지난해 1월 박하영 당시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지청장과의 이견으로 사의를 표명했다는 기사를 문제 삼았다. 아주 당연하게도 당시 여러 과정의 취재를 거쳤고 박 전 지청장에게도 반론권 보장 차원의 연락을 보냈다. 하지만 답이 없었고 몇 시간이 지나 성남지청 공보로 입장이 전해졌다. 지청장 개인의 입장을 물었는데 성남지청 명의로 밝힐 일인가 싶었으나 그것도 반론이라면 반론이니 기사에 반영했다.

며칠 뒤 다른 매체 보도에 대한 반론 성격의 성남지청 명의 입장이 또 공개됐는데 그땐 입장문 내용으로 별도 기사를 썼다. 심지어 그 입장문에도 “수사팀과 견해차이가 있어 각 검토 의견을 그대로 기재하여 상급 검찰청에 보고하기로 하고 보고를 준비하던 중 차장검사가 사직하였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견해차가 있었던 점은 스스로도 인정한 셈이다.

눈이 밝은 시민이라면 출판물에 의한 허위 사실 명예훼손의 첫 번째 요건이 되는 ‘비방 목적’부터 없다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피고소인 신분으로 경찰서에 가서 조사받을 때도 박 전 지청장에 대한 비방 목적이 없었고 허위 사실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사실 그대로 판례 법리를 들어 답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를 받았다. 사건을 검찰로 보내 검토해볼 것도 없다는 게 경찰의 수사 결론이었다. 경찰은 박 전 지청장이 검찰 고위 공무원이기에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공적 인물의 행위는 일반 국민의 검증과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개인적 감정이나 이해관계로 박 전 지청장을 비방할 만한 동기가 있었다고 입증할 증거도 없다고 했다. 당연한 판단이었다.

또 직업이 기자로서 ‘알 권리’를 위해 해당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고, 박 전 지청장이 성남FC 사건 수사 종결을 지시해 이에 갈등을 빚은 박 전 차장검사가 사직했다는 의혹이 검찰 내에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도 불송치 이유로 들었다. 경찰은 “비방할 목적에서가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본건 기사를 보도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음이 상당하다”며 혐의가 없다고 했다.

호소해야 하는 이에게 고소는 귀한 권리다. 하지만 누구보다 형사사법제도와 법리는 물론 고소의 목적과 의미를 잘 알고 있는 검찰 간부가 본인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고소장을 쉽게 꺼내는 게 온당한 일인지 의문이다. 애석하게도 이런 고소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형사사법 체계에 공연한 부담과 일거리만 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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