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영 KB증권 연구원…“3월 전후 金 가격 상승세 둔화 가능성 높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금 가격이 지난 3개월간 20% 가까이 상승하며 2000달러대를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단기간 상승에 대한 여파로 금가격이 2000달러대를 곧장 돌파하기보다는 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31일 보고서를 통해 경기침체 시기에 금 가격이 상대적 강세를 보이며 상승하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지만, 예상보다 그 속도가 빨랐다고 평가했다.
오 연구원은 "금 가격과 상관관계가 높아진 금 상장지수펀드(ETF)의 자금 유출입을 감안했을 때 최근 금 가격 상승을 이끈 것은 투자 수요보다는 신흥국 내 금 매수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오 연구원은 금 가격이 2000달러대 위로 상승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경기 침체기에 금가격은 다른 원자재와 비교했을 때 3~7개월(평균 5개월) 선행해 상승하고, 이후 경기저점과 함께 다른 원자재들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금의 상승세는 둔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과거 패턴을 대입해보면 3월 전후로 금가격 상승세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리와 달러 수준에서 2000달러 수준에 이르고 있는 금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란 것이 오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는 "현재 ▷실질금리 ▷달러 ▷유동성 지표 ▷금 ETF 매수 등의 지표들은 이전에 금이 2000달러대에 근접했던 2020년과 2022년과 비교했을 때 우호적인 환경은 아니다"라며 "실질금리가 -1%대, 달러지수가 90포인트대였던 2020-2022년의 상황은 실질금리 1.1%, 달러지수가 100포인트를 상회하는 현재와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금가격이 2000달러대 부근에 도달하면 미국이 CME 금 선물 증거금 인상을 통해서 가격을 조절하기도 했던 점도 하나의 근거로 꼽혔다. 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지난 2020년에는 금 선물 증거금을 10차례 인상하면서 금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렸으며, 최근에는 금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2022년 12월, 그리고 2023년 1월에 차례 증거금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오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금 가격 랠리가 이어지기 위해선 달러지수와 실질금리가 하락하고, 유동성이 확대돼야 한다는 조건을 들었다.
오 연구원은 “현재 달러지수와 실질금리가 모두 2010년 이후 평균보다 높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향후 달러와 금리가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하락 시 금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