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직장인 A(40)씨는 요즘 불면증에 시달린다. A씨는 “온수 샤워도 하고 운동도 별 효과가 없다”며 “검색해보니 숙면에 좋다는 식품들이 있어 사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국내 불면증 환자는 68만명에 이른다. 갖가지 스트레스에 스마트폰 사용 증가로 밤잠을 설치는 이들은 훨씬 더 많다. 이에 숙면을 돕는다는 식으로 광고하는 식품도 늘고 있다. 하지만, 식품으론 불면증을 고칠 수 없다.
특히나,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허위·과장 광고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 대표적인 게 타트체리 농축액. 수면 유도 효과가 있는 멜라토닌 함유로 타트체리 농축액을 숙면 식품처럼 홍보하지만, 실제 이 식품엔 불면증 개선 효과가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소비자원은 이처럼 최근 온라인에서 수면 관련 식품·건강기능식품을 부당하게 광고한 사례를 점검했다. 총 294건의 광고를 점검한 결과, 무려 80%에 달하는 233건이 표시·광고를 위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식품을 마치 건강기능식품처럼 홍보하는 경우가 15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일반식품에 ‘수면의 질 개선’, ‘수면 개선 보충제’, ‘잠 잘오는 수면에’ 등을 광고하는 식이다.
의약품인 것처럼 광고하는 경우도 39건에 달했다. 일반식품, 건강기능식품에 ‘수면치료제’, ‘수면유도제’, ‘잠 잘오는 약’ 등으로 광고한 사례들이다.
이 밖에 질병 예방·치료에 대한 효능‧효과 광고(35건),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7건) 등이었다.
점검을 실시한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일반식품임에도 효능 등을 오인하게 하는 광고 등이 많았다. 소비자 기만에 해당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멜라토닌 함량을 표시한 타트체리 농축액이다. 타트체리는 체리의 일종으로 일반 체리에 비해 당도가 약하고 시큼한 맛이 특징이다.
주로 가공 후 즙·분말·젤리 등으로 판매하는데, 최근엔 농축액이 많이 팔린다. 가격은 용량에 따라 1만원에서 5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실제 타트체리 농축액 광고엔 ‘타트체리에는 낮에서 밤으로 될때 뇌에서 활발하게 생성되는 멜라토닌이 풍부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식약처는 멜라토닌 함유량이 너무 낮아 불면증 개선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멜라토닌이 뇌에서 분비되는 수면 관련 호르몬이다. 불면증을 치료하려면 반드시 전문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며 “신장·간 장애, 자가면역질환자와 임부·수유부 등은 멜라토닌 복용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면증을 겪고 있다면 식품이 아닌 병원을 찾는 게 가장 확실하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불면증의 첫 번째 치료는 잠을 잘 자는데 방해가 되는 행동이나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라며 “커피, 술, 담배 같은 자극적인 것을 줄이고 TV나 스마트폰을 자기 전에 보는 행동을 교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럼에도 불면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전문의 처방에 따른 약물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며 “식품은 보조수단일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