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직선제 개헌 후 집권 대통령 7명 중 5명 집권 2년 차 주가 전년比 상승세
美 대통령 집권 21~27개월차 S&P500 수익률, 나머지 임기 41개월간 수익률 총합과 같아
尹 정부, 인수위부터 주주 친화 정책·주가 부양 정책 드라이브 공언
외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자사주 의무 소각 추진…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드라이브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역대 정부 집권 2년 차마다 찾아왔던 ‘주가 지수 상승 공식’이 윤석열 정부에도 잘 적용될 지 여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조차 집권 2년차 주식 시장 강세 현상이 최근 90년간 이어졌다는 점은 암울했던 지난해 증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반등이 절실한 올해 코스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실제로 연초 코스피 지수는 ‘1월 효과·토끼 랠리’ 등으로 불리는 예상 밖 선전을 하고 있다. 한목소리로 ‘상저하고(上低下高)’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던 지난해 말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예상이 무색할 정도다.
이런 상황 속에 국내 증시의 해묵은 과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윤 정부가 내놓은 각종 ‘주주 친화 정책’들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코스피 강세 효과를 연말까지 지속시키는 원동력으로 작동할 지 여부가 집권 2년 차 코스피 성적표를 결정할 결정적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직선제 대통령 71.4%, 임기 2년 차 주가 상승 랠리
26일 헤럴드경제가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을 통해 연도별 전년대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을 도출한 결과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집권 2년 차 코스피 지수가 플러스(+) 증감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987년 개헌 이후 국민들의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된 7명의 역대 대통령 중 5명(71.4%)이 이 같은 법칙에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전년 대비 코스피 지수 상승률 중에선 ‘정보기술(IT) 벤처기업 육성 붐’이 일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2년차(1999년)가 82.8%로 가장 높았고, ‘글로벌 금융위기(2007~2008년)’ 극복 후 급격한 경기 회복기를 맞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2년 차(2009년)가 49.7%로 뒤를 이었다. 김영삼(1994년·18.6%), 노무현(2004년·10.5%), 노태우(1989년·0.3%) 전 대통령 집권 2년 차에도 코스피 지수는 전년보다 더 높아진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가장 최근인 박근혜(2014년·-4.8%)·문재인(2018년·-17.3%) 정부 집권 2년 차엔 코스피 지수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2년 차였던 지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적절치 못한 대응으로 민심을 잃었고, 결국 주요 경제 정책에 대한 추진 동력까지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2년 차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랠리 ▷미·중 무역전쟁 격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집권에 따른 정치 불안 등 미국발(發) 리스크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으며 주가 하락을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만, 5년 단임제 정부 아래서 코스피 지수가 집권 1·2년 차 모두 하락한 경우는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2년 차 주가 상승, 美서도 90년간 이어져
대통령 임기 2년 차에 주요 주가 지수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공히 나타나는 현상이란 게 월가(街)의 전설적 투자자이자 헤지펀드 GMO 창업자 제레미 그랜섬의 분석이다
그랜섬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1932년부터 2022년까지 90년간 월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미국 대통령 집권 2년 9개월 차부터 3년 3개월 차까지 7개월간 S&P500 지수에서 나타난 수익률이 해당 대통령의 나머지 임기 41개월간의 수익률을 다 합친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랜섬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새로운 경제 정책의 효과가 12~18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며 “집권 2년 차엔 임기 초반 실시한 경제 정책의 효과가 드러나는 시기일 뿐만 아니라, 집권 중반을 맞아 재선을 준비하는 대통령이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면서 긍정적인 경기 흐름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선거에 대비해 실시하는 각종 주가 부양 정책이 주가에 긍정적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尹 정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드라이브
이런 점에서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에 대비하는 윤석열 정부가 ‘주주 친화 정책’ 등 각종 주가 부양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점도 올해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올해가 1400만명에 이르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호소할 수 있는 적기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110대 국정과제’에 소액주주 보호를 중심으로 한 자본시장 혁신을 추진한다 명시한 바 있다. 이 같은 기조를 바탕으로 작년 말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2년 유예 ▷국내 상장 주식 양도소득세 관련 대주주 판정 시 가족합산 폐지 ▷증권거래세율 0.03%포인트(0.23%→0.2%) 인하 등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금융위원회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을 지난 24일 내놓았다. 또, 올해 신년 업무계획에는 ‘자사주 의무 소각’으로 대표되는 주주 친화적 제도 역시 연내 구체적으로 마련한다는 내용도 담을 계획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매수세를 더 키우고 투자자를 더 보호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선 공감한다”면서도 “현재 시점에 국내 증시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 연준의 ‘피봇(pivot·금리 인하)’ 여부와 경기 부진 지속 정도 등 매크로적 요인이다.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전망되던 주가 흐름이 예상보다 빠르게 강세로 전환한 상황 속에 하반기 경기 부진폭이 예상보다 확대될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