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배터리 신생업체 시장 진입 난항
중국 업체 유럽 점유율 확대 단기적 제한
CMRA로 국내 소재 업체 수혜 예상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유럽과 중국 업체 모두 유럽 2차전지 시장 진입에 난항을 겪으면서 국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올해 상반기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이하 CRMA)'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는 만큼 이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26일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영국 배터리 산업의 대표 신생 업체인 브리티시볼트(Britishvolt)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며 "직원 300명이 해고되는 등 유럽 신생 업체들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파산 절차 돌입으로 영국의 전동화 전략에는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권 연구원은 "당초 동사는 영국 내 유일한 배터리 제조사로서 유럽 북부 노섬벌랜드와 캐나다 퀘벡주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한 바 있지만 금리 인상 및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자금난이 심화했다"며 "신규 공급계약 및 투자자 찾기에 실패하며 파산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영국에는 인비젼(Envision) AESC가 선덜랜드에 운영하는 1.9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만 가동 중에 있다"며 "2030년부터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려는 영국의 전동화 전략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유럽 내 배터리 셀 업체인 노스볼트(Northvolt)는 수율 안정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5월 배터리 출하를 시작했지만, 초반부터 높은 불량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연구원은 "높은 기술력을 보유 중인 LG에너지솔루션도 폴란드 공장의 수율을 잡는데 약 2년 정도 소요됐다"며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유럽 신생 업체들은 수율 안정화에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국 업체는 ▷해외투자 경험 부족 ▷정치적 리스크 ▷현지 환경규제 ▷레퍼런스(완성차 OEM 향 테스트 기간 소요) 등의 장애물에 맞닥뜨렸다.
권 연구원은 "독일 튀링겐주의 연방 경찰과 세관 당국은 CATL 공장을 이민법 위반 혐의로 수색한 바 있다"며 "조사 결과 1건의 불법 사례를 발견했고, 점검에 나선 이유는 과거 위반 사례가 다수 발견돼 시정조치를 내린 바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헝가리 공장 건설의 경우도 현지 환경 시민단체 및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배터리 3사의 높은 유럽 시장 점유율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봤다. 특히 2035년 이후 유럽 내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가 금지되면서 기술력과 레퍼런스를 보유한 국내 업체들에 대한 문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권 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셀 업체 중 현재 폴란드에 약 70GWh 생산시설을 보유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의 수혜 강도가 클 것으로 전망한다"며 "향후 신규 고객사 향 공급 계약 및 합작사(JV) 파트너십도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올해 상반기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는 유럽 원자재법도 국내 소재 업체에 긍정적인 소식이다. 구체적으로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 에코프로비엠, 일진머티리얼즈, SKC, 동화기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측했다.
권 연구원은 "유럽 현지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소재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며 "실제 일부 완성차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은 베터리 셀 업체에 역내 생산되는 소재를 사용하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