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삭스의 ‘새로운 세계경제(The New World Economy)’
브라질·미국 폭동 ‘닮은 꼴’…장기적 영향 없을 것
세계의 심각한 경제적 변화 폭도들이 막지 못해
진짜 도전은 더 깊은 변화 이해…공동이익 관리
선진국 韓, 최첨단 디지털기술 보유…중요 역할
워싱턴發 ‘러=악’·‘중국=최대위협’ 발언은 순진
문제 해결에 장애물…거짓사고·전쟁 속에 가둬
나토 등 군사동맹 확대는 위험한 시대착오적 발상
헤럴드경제에 보내는 칼럼 시리즈를 나는 오늘부터 브라질에서 시작한다. 세계 경제에서 진행되는 극적인 변화와 이러한 변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앞으로의 칼럼에서 다룰 예정이다.
고조되는 국제적 위기에 맞서 한국과 중국, 미국 그리고 나머지 국가들이 어떠한 새로운 형태의 협력으로 대응할지를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브라질은 새로운 칼럼을 시작하는 데에 최적의 장소다. 2003~2010년 대통령직을 훌륭하게 해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가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승리하며 올해 대통령으로 복귀했다. 룰라는 브라질의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중요한 세계지도자가 될 것이다. 2024년 브라질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다.
나는 이번주에 룰라의 새 경제팀을 만나기 위해 수도 브라질리아에 머물고 있다. 극우성향인 전임 대통령의 통치 속에 재앙과 같은 4년을 보낸 룰라의 지지자들은 브라질이 재부흥할 것이란 희망을 품으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전임 대통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룰라의 취임 전날 미국 플로리다로 향했다.
안타깝게도 보우소나루는 떠나면서 폭도를 남겨뒀다. 폭도는 룰라 취임 일주일 후 정부 건물과 의회, 대통령궁에 난입했다. 이 사건으로 약 1500명이 체포됐다.
폭도의 전술은 룰라를 멈추게 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장기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다.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번 폭동과 비슷한 공작을 벌였으나 곧바로 진압됐다. 두 사건은 선동적인 정치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폭동을 꾀했고, 하루 만에 끝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급격한 경제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폭도에 의해 중단될 수도 없고, 중단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의 진짜 도전은 이 같은 변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 관리해 공동의 이익을 만들어내느냐다. 한국은 주요 선진국 중 하나이자 최첨단 디지털기술을 보유한 나라로서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관리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국제사회의 가장 큰 위기는 지정학적인 것이다. 우리는 더는 미국 주도의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미국과 중국으로 양분화된 세계에 사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다극화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각각의 지역에서 개별 이슈를 안고 있고, 글로벌 정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나라나 지역도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어떤 나라나 지역, 동맹도 그 나머지를 책임질 수 없는 복잡하면서도 시끄러운 지정학적 환경이라는 의미다.
다극화된 세계를 관리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는 국가 간에 더 많은 대화가 시급하고, 우리의 정부들이 내세우고 있는 단순한 선전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순수 악이고 중국은 세계의 가장 큰 위협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는 우스꽝스러운 공식 발언들이 매일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이 워싱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같은 순진한 이야기들은 진정한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큰 장애물이다. 또한 이러한 이야기들은 우리를 거짓된 사고방식과 결코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전쟁 속에 가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군사적 확대가 아닌 협상을 통해 종식돼야 한다.
주요 국가들이 세계가 다극화된 현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우리는 나토와 같은 군사동맹 강화가 우리가 직면한 실제 도전들에 대한 실질적 답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지역 간 대화와 합의를 구축하는 것만이 안전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
동북아의 미래 안보와 번영은 한국과 중국, 일본 사이의 대립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적대를 극복하고 협력하는 것에 달려 있다. 이 세 나라의 협력은 세계를 바꿀 수 있는, 매우 주목할 만한 혁신과 지속 가능한 발전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이 세 나라가 뿌리 깊은 지정학적 분열을 지속하고,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도발을 계속한다면 모든 국가의 위험이 커질 것이다.
나토와 같은 군사동맹의 확대는 위험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며, 지역 안보의 진정한 원천이 아니다. 결국 2008년 러시아와 조지아 간 전쟁과 2014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촉발한 것은 나토를 조지아와 우크라이나로 확대하자는 미국의 요구였다. 지난 1999년 나토의 유고슬라비아 공습과 아프가니스탄에서 15년간의 임무 실패, 그리고 2011년 리비아 공습 중 그 무엇도 미국이나 세계가 설정한 실질적인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나의 관점으로 중국은 미국이 매일 묘사하는 심각한 위협이 아니다. 중국은 14억 인구(세계 인구 5명 중 1명꼴)를 가진 고대 문명으로, 다른 선진국들처럼 높은 생활수준과 기술적 우월함을 지향한다. 하지만 중국은 1839년에서 1949년까지 서방과 일본에 매우 나쁜 대우를 받았고, 아직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헛된 시도를 하기보다 중국과의 협력, 협상, 무역 그리고 경제적 경쟁을 통해 글로벌 문제해결을 위한 최적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다른 글로벌 과제로는 환경적 재앙의 심각한 위험, 전 세계 불평등 증가 그리고 적절하게 사용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세계를 혼란에 빠트릴 수도 있는 신기술의 급속한 발전 등이 있다.
환경적 재앙은 빠른 속도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 위기는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의 파괴, 토양과 대기, 해양의 오염, 그리고 내가 지금 있는 아마존 열대우림과 같은 주요 생태계에 대한 위협을 포함한다. 모든 지역은 탄소배출 없는 에너지와 지속 가능한 대지 사용 그리고 지속 가능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해결책은 국경을 초월한 높은 수준의 협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아시아의 새로운 ‘탄소-제로’ 에너지 시스템은 한국의 경제와 에너지 시스템을 중국과 일본, 아세안(ASEAN), 호주 그리고 뉴질랜드와 연결시켜야 한다.
또한 세계는 불평등 증가라는 도전과 마주하고 있다. 사회는 계층과 교육 수준 그리고 직업의 분야와 유형에 따라 나뉘어 있다. 불평등 증가는 더 효과적인 사회적 안전망과 더 높은 노동 수준 그리고 모두를 위한 더 나은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극복해야 한다.
기술 변화는 글로벌 변화를 이끄는 강력하고 장기적인 동인이다. 한국이 엄청난 노력으로 세계의 리더가 된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는 기후변화와 빈곤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지속 가능한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의 잘못된 사용으로 고통받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과 로봇, 소셜미디어 그리고 기술변화로 인한 직업의 급격한 변화로 생긴 불평등과 혼란을 매일같이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이러한 혼란을 현명하게 다뤄야만 한다.
지정학적, 환경적, 사회적 그리고 기술적인 글로벌 변화의 속도와 규모는 전례 없는 수준이다. 진정한 해결책은 현재 활동하는 세력에 대한 더 나은 이해, 더 많은 국제적 협력,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세계적 정신에 있다. 새로운 세계 경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증가하는 일련의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나의 새로운 칼럼의 목표가 될 것이다.
The New World Economy
Jeffrey D. Sachs
Belem, Brazil – I write today from Brazil to inaugurate a new series of columns for the Herald Business. My columns will discuss the dramatic changes underway in the world economy, and how these changes affect Korea. Most importantly, I will analyze how new forms of global cooperation, including Korea, China, the US, and the rest of the world, can be implemented to face the world’s growing crises.
Brazil is in fact an excellent place to launch the new column. At the start of the New Year, President Lula da Silva, who was an excellent president during 2003-2010, returned to office after his election victory in October. Lula will not only be an effective leader of Brasilia, but an important world leader as well. In 2024, Brazil will hold the Presidency of the G20.
I was in Brasilia this week to meet his excellent new economics team. Lula’s well-wishers poured out across the country in a revival of hope for Brazil after four years of disastrous rule under his right-wing predecessor, Jair Bolsonaro, who had fled Brazil for Florida on the eve of Lula’s inauguration.
Sadly, Bolsonaro also left behind a mob that rampaged government office buildings one week after President Lula’s inauguration. Around 1,500 people were arrested.
The mob tactics will not stop Lula, nor will they have a long-term effect in the US, where Donald Trump’s similar maneuvers on January 6, 2021, were also shut down. In both cases, demagogic politicians used the social media to rile up a mob; in both cases, the mob was put down within the day.
The deep economic changes underway in the world can’t and won’t be stopped by mobs. Our real challenge is to understand these deeper changes so that we can manage them for the common good. Korea of course will play a very important role in leading and managing these changes, as one of the world’s leading economies and at the cutting-edge of digital technology.
The biggest global crisis today is geopolitical. We are no longer in a US-led world, or even a world divided between the US and its rival China. We have already entered a truly multipolar world, in which each region has its own issues and role in global politics. No country and no single region can or should any longer determine the fate of others. This is a complex and noisy geopolitical environment – with no country, region, or alliance in charge of the rest.
The management of a multipolar world is fraught with difficulties. We urgently need much more dialogue among nations, and to move beyond the simplistic propaganda of our own governments. In the US and Europe, we are bombarded daily with ridiculous official narratives, most originating from Washington, that Russia is pure evil, that China is the greatest threat to the world, and that only NATO can save us.
These naïve stories are a great hindrance to true global problem solving. They trap us in false mindsets, and even in wars that should never have occurred. The war in Ukraine, urgently, must be stopped by negotiation rather than by military escalation.
When the major nations accept the reality of a multipolar world, we will be able to solve problems that have so far eluded us. First, we will understand that the expansion of military alliances such as NATO offer no real answers to the real challenges that we confront. Only regional dialogue and consensus building can bring about a secure peace.
In Northeast Asia, the future security and prosperity lies with cooperation, not confrontation, among China, Japan, and Korea, overcoming ancient and recent enmities. The three countries working together would constitute an absolutely remarkable and world-changing center of innovation and sustainable development. Yet if the three countries remain deeply divided geopolitically, and if the US continues its provocative drumbeat against China, then the risks to all countries will rise.
The expansion of military alliances like NATO is a dangerous anachronism, not a true source of regional security. It was, after all, the US call to expand NATO to Georgia and Ukraine that did much to trigger the Russian-Georgia War in 2008 and the Russian-Ukraine War from 2014 until today. Nor did the NATO bombing of Belgrade in 1999, the failed fifteen-year NATO mission in Afghanistan, or the NATO bombing Libya in 2011, accomplish real geopolitical objectives for the US or the world.
China, in my view, is not the grave threat that is portrayed every day by the US. China is an ancient civilization of 1.4 billion people (almost one in five in the world) that aims for high living standards and technological excellence like other successful countries. It was very badly treated by the West and Japan during the period from 1839-1949, and it still bears those memories. We will best solve our global problems not by vainly trying to “contain” China, but by cooperating, negotiating, trading, and yes, also competing economically, with China.
Other great global challenges lie elsewhere, with the deep dangers of environmental catastrophe; the rising inequalities in societies around the world; and the onrush of new technologies that threatened to disrupt the world if these technologies are not properly used and governed.
The environmental catastrophes are intensifying rapidly. These crises include human-induced climate change; the destruction of biodiversity; pollution of the land, air, and oceans; and the threats to major ecosystems such as the Amazon Rainforest, where I am today. Every region needs a pathway to zero-carbon energy, sustainable land use, and sustainable global supply chains. Solutions will require a high degree of cross-border cooperation. Asia’s new zero-carbon energy system should link together the economies and energy systems of Korea with China, Japan, ASEAN, Australia, and New Zealand.
The world also faces the challenge of rising inequalities. Societies are divided by class, educational attainment, and sector and type of work. The growing inequalities should be overcome through more effective systems of social protection, higher labor standards, and better educational opportunities for all.
Technological change is the deepest long-term driver of global change, and an area where Korea is, through great efforts, a world leader. We will need the new sustainable technologies to confront the crises of climate change and hunger. Yet we may also suffer from the new technologies if and when they are misused. Every day we confront the disruptions and inequalities caused by artificial intelligence, robotics, social media, and the rapid change in jobs caused by technological change. We must handle these disruptions wisely and for the common good.
The pace and scale of global change – geopolitical, environment, social, and technological – are unprecedented. True solutions lie in a better understanding of the forces at play, more international cooperation, and a global spirit of problem solving. A better understanding of the New World Economy, and solutions to our growing set of crises, will be the aim of my new columns in the months ah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