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서울 20일까지 ‘서세옥 삼세대’ 추모전

수묵 추상의 대가인 고(故) 산정 서세옥의 생전 모습. [이주연·리만머핀 제공]
수묵 추상의 대가인 고(故) 산정 서세옥의 생전 모습. [이주연·리만머핀 제공]

한국 수묵 추상의 대가 고(故) 산정(山丁) 서세옥(1929-2020) 화백을 기리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리만머핀 서울은 오는 20일까지 서세옥 화백을 기리는 ‘삼세대(三世代)’전을 통해 삼대를 아우르는 그의 가족 구성원이 제작한 작업을 선보인다.

서세옥 화백의 두 아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작가로 꼽히는 서도호와 건축가 서을호를 비롯 평생 그의 곁을 지켰던 아내 정민자, 그리고 손자들의 작품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서세옥의 수묵화 및 드로잉 7점과 가족들 9명의 작품이 나란히 전시돼 고인이 평생 추구하고자 했던 예술 세계가 삼대에 걸쳐 가족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서세옥 화백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모두 겪은 해방 후 1세대 작가다. 철학자이자 스승, 시인 그리고 서화가였던 고인은 1950년대부터 붓의 움직임으로 대변되는 동적 회화의 새로운 어휘를 제시했다. 이후 40년 간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 전통과 철학에 급진적으로 뿌리 내린 아방가르드 운동을 구축하는데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1960년에는 ‘묵림회(墨林會)’를 창립하고, 수묵 추상을 시도해 혁신을 일으켰다. 1970년대부터는 점획과 번짐, 여백으로 구성된 ‘사람들’ 연작을 시작했다. 그가 그린 인간은 하나의 기호에 가깝다. 어깨동무를 한 무리로도 보이고 때로는 끝없이 이어지는 한반도의 산맥으로도 보인다. 서 화백은 생전에 인간 군상에 대해 “점이 이어진 선들이 거대한 원을 이루고, 이 원은 출발점도 종착점도 없이 순환된다”고 말했다.

타계 후 유족들은 지난 2021년 그의 작업 대부분과 평생의 컬렉션 등 3,290여점을 성북구에 기증했다. 기증작 목록에는 고인의 주요 구상화 및 추상화 450여점을 포함해 드로잉, 전각, 시고 등 작가의 작업 세계를 망라할 수 있는 2,300여점이 포함됐다. 또한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소정 변관식, 소전 손재형, 근원 김용준 등 한국 미술의 맥을 잇는 작품 990여 점도 함께 기증했다.

이번 전시는 두 아들을 위해 아내 정민자와 함께 광범위하게 조성한 창의적 환경을 회고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프로젝트인 셈이다. 서세옥의 개방적, 실험적 접근이 삼대에 걸쳐 전승됐음은 손녀들의 작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손녀 서오미는 사람들이 서로를 등에 업은 장면을 ‘Piggybacks(어부바)’(2018년)으로 그렸다. 할아버지의 사람들 연작과 아버지 서도호의 조각 ‘카르마’가 연상된다. 서미림의 종이설치작 ‘Suh People’(2018년)은 할아버지의 사람들 연작이 화면에서 뛰쳐 나온 것처럼 보인다.

리만머핀 서울은 “서로 다른 세대의 가족 구성원이 할아버지를 기리며 합작한 작업은 창조에 대한 서세옥의 개방적, 실험적 접근이 삼세대에 걸쳐 전승된 것을 기리는 찬가가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전시 공간에는 서세옥 화백의 개인 책상도 설치됐다. 방문객들은 책상 위에 비치된 방명록을 통해 서세옥 작가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다.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