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매입에 의한 인수자체를 막을 수는 없어”
파생상품 취급·오더북 공유에는 제동 가능
국내 투자문화·금융당국에 적응하는 '한국화'에는 시간 걸릴듯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바이낸스’가 국내 거래소 ‘고팍스’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낸스의 재정건전성 논란에 따라 국내 금융당국의 입장이 변수로 지목되고 있지만 당국이 인수 자체를 제재할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고팍스 최대주주이자 창업자 이준행 대표의 지분 41%를 사들이기로 하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고팍스로서는 바이낸스를 통해 고파이 상품 정상화 및 자본 유치를 꾀할 수 있고, 바이낸스 역시 닥사(DAXA) 소속 5대 원화거래소 중 한 곳인 고팍스를 통해 한국 시장 진출을 다시 추진할 수 있어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추진에 우리 금융당국의 제재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현행법상 당국이 인수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추진이 사실일 경우를 전제로 "국내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고팍스도 일반 주식회사로 분류된다"며 "만일 금융회사라면 대주주 적격심사 등으로 제동을 걸 수 있지만 현재로선 지분 매입에 의한 인수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인수 후 자금세탁 방지 의무 위반이나 파생상품 취급에 대해 제재를 취할 수는 있지만 이 역시 바이낸스가 아닌 고팍스에 대한 건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현행법상 주주에 관한 사항은 신고 대상이 아니다”며 “사업 내용 재편에 따라 애초 신고받은 사업자의 동일성이 크게 달라진다면 검토를 할 수는 있다”고 했다.
바이낸스는 본사 위치와 매출, 이익, 보유 현금 등 기본적인 재무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서류상 본사 주소는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로 돼 있다. 미국 검찰이 바이낸스와 경영진의 돈세탁 혐의 등에 수사하고 있으며, 바이낸스 운영이 파산에 들어간 FTX보다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외신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금세탁 등을 규제하고 있는 우리 금융당국이 바이낸스의 파생상품이나 고팍스와의 오더북(매매장부) 공유에 제동을 걸 수는 있지만 현행법상 당장 인수 자체를 제재할 방법은 없는 셈이다.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통해 국내 진출을 가시화하면서 가상자산업계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글로벌 넘버원' 가상자산거래소가 들어오는 만큼 노하우와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기준 바이낸스의 24시간 거래량은 업비트의 10배를 넘는다. 국내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업비트에 당장 타격이 크지 않더라도 닥사 소속 거래소로서 비교적 적은 차이로 3~5위를 차지하고 있는 코인원, 코빗, 고팍스 사이 점유율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바이낸스가 국내에 진출하더라도 국내 투자문화와 금융당국에 적응하는 ‘한국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바이낸스에 상장된 가상자산은 350종으로, 업비트의 약 두 배 수준인 만큼 오더북 공유로 고팍스의 취급 코인이 대폭 늘어야 거래소를 옮길 유인이 커지지만 당장 특금법상 오더북 공유에 엄격한 요건이 필요해 고팍스가 거래 대상을 크게 넓히는 데에는 제약이 불가피하다.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통해 무분별한 코인 상장을 추진할 경우 닥사가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