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CEO 중 3분의 1 가량이 1963년生 토끼띠

공통점은 ‘장수 CEO’…10년 넘게 CEO직 유지도

“올해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 베테랑 수장 중요성 높아지며 중용”

증시 불어닥친 계묘년(癸卯年) 폭풍우, ‘검은 토끼띠’ 선장들이 넘는다 [투자360]
[각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맞이한 국내 증권가에선 ‘검은 토끼띠’ 최고경영자(CEO) 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검은 토끼의 해’라 일컬어지는 올해 국내 주요 증권사를 이끄는 수장의 3분의 1 가량이 1963년생(生) 토끼띠 인사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장기적인 고(高)금리 정책과 글로벌 경기 침체의 현실화가 맞물리며 올 한 해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 역시 극대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환갑을 맞이한 ‘베테랑’ 검은 토끼띠 CEO들이 이 같은 위기를 어떻게 관리·극복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일 헤럴드경제 자체 집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32곳 가운데 1963년 계묘년생 수장이 이끄는 곳은 11개사(社), 인원수로는 12명에 이른다. 1963년생 다음으로 인원이 많은 1964년생(갑진년·甲辰年, 5명)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검은 토끼띠’ CEO들의 공통점은 ‘장수 CEO’라는 것이다.

지난해 주식발행시장(ECM)에서 사상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KB증권은 1963년생 ‘동갑내기’ 박정림·김성현 대표가 ‘투톱’체제로 이끌고 있다. ‘자산관리(WM)’ 부문과 ‘기업금융(IB)’ 부문을 각자 책임지고 있는 박 대표와 김 대표는 지난 2019년부터 KB증권을 이끌며 KB금융 계열사 대표 중 최장기 임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여기에 박 대표는 대형 증권사 최고 경영진 중 ‘유일한 여성 CEO’란 타이틀도 거머쥐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 취임한 후 2024년 3월까지 삼성증권을 이끌 예정인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도 증권업계 내 1963년생 토끼띠 대표 주자 중 하나다. 1995년 삼성증권에 입사해 인사, 관리, 기획, 상품개발 등 여러 직무를 두루 거친 정통 ‘삼성맨’인 장 대표는 지난 2021년 창사 이래 영업이익 1조원을 처음 돌파하며 성과를 인정받기도 했다.

검은 토끼띠 CEO 가운데 10년 넘게 증권사 수장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초장기 집권 CEO도 있다. 오너 일가로서 2011년 1월 취임 후 지금까지 대표 이사직을 놓지 않고 있는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과 2013년 취임 후 CEO직을 계속 수행 중인 김신 SK증권 대표가 이들이다.

여기에 NH투자증권을 지난 2021년 창사 첫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올려놓은 정영채 대표이사(2018년 취임)를 비롯해 2회 연임에 성공한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2017년 취임), 주원 흥국증권 대표이사(2017년 취임)도 5년 이상 CEO직을 수행하고 있는 증권사 수장들이다.

워낙 장수 CEO들이 많다 보니 지난 2020년에 CEO 자리에 오른 인사들은 상대적으로 ‘새내기’처럼 느껴지는 모양새다. 1987년 신입 공채 출신인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는 CEO 자리에 오른 후 리츠·대체투자 부문에 집중해 대신증권을 부동산 전문 금융기업으로 키워낸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도 검은 토끼띠 CEO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다.

증시 불어닥친 계묘년(癸卯年) 폭풍우, ‘검은 토끼띠’ 선장들이 넘는다 [투자360]

이 밖에도 증권사 CEO는 아니지만 김남구 한국금융투자지주 회장도 1963년생 검은 토끼띠 금융인의 대표 주자 중 하나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 회장은 지주 주력사인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지주와 계열 카카오뱅크 지분을 모두 매입, 자기자본을 8~9조원대로 올리며 올해 엄혹한 경기 상황 속에서도 사업 확장 기회를 타진 중이다.

1963년생 검은 토끼띠 수장들의 어깨 위엔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전망되는 불확실한 올 한 해 증시 상황을 헤쳐나가며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올려진 형국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1963년생 CEO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현장에서 수십년간 뛰며 멀게는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겨냈고, 가까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등 숱한 경제 위기를 이겨낸 경험이 풍부한 실전형 전문가들이란 점”이라며 “대외 리스크 요인이 산재한 만큼 글로벌 침체 국면을 돌파할 실전형 CEO가 필요한 상황에 중용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내로라는 금융 투자업계 전문가 누구의 예상도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새로운 파일럿에게 증권사호(號)의 조종간을 맡기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증권사 이사회가 베테랑 수장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형국”이라며 “위기 속에서 내실을 다지자는 분위기가 1963년생 토끼띠 CEO들의 장기 집권이 가능케 만드는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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