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60g 이상, 조기 사망률 감소”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채소와 과일은 일상에서 가장 간단하고 저렴하게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트랜스지방·포화지방·나트륨이 없으며, 동물성 식품에는 없는 식물성 화학물질인 파이토케미컬도 풍부하다.
건강에 좋은 채소·과일의 하루 섭취권장량은 500g 정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섭취권장량으로 ‘최소 400g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질병예방 효과를 보기 위해서 기존의 권장량보다 더 많이 먹는 것이 도움된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암협회(ACS)는 “암에 걸리기 싫다면 ‘하루 600g’의 채소를 먹으라”며 기존보다 많은 섭취량을 권고한다.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도 나온 바 있다. 2014년 영국 의학학술지 '역학·지역사회 보건저널(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에 실린 영국 런던대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영국인 6만여명을 대상으로 7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채소·과일을 하루 ‘560g 이상’ 섭취했을 때 질병에 의한 조기 사망률이 42%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560g은 WHO 하루 권장량(400g)의 1.4배이며, 섭취량이 늘어날수록 이 같은 건강 효과는 더 커졌다. 400~560g 섭취 시 36%, 80g~240g은 14%의 조기 사망률 감소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의 사이먼 케이프웰 교수는 “채소와 과일의 일정한 섭취만으로 각종 심장질환이나 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이러한 식단 구성은 건강을 위해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사항은 또 있다. 모든 채소·과일의 질병예방 효과가 동일하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사망률 감소에는 ‘신선한 채소’가 가장 효과적이었으며, 그다음으로는 샐러드, 건조 과일 순으로 나타났다. 신선한 채소를 그대로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가장 이롭다는 방증인 셈이다.
반면 설탕 등이 들어간 과일주스나 과일스무디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졌으며, 과일통조림 섭취는 오히려 건강에 역효과를 보였다. 과일은 첨가당 함유제품이나 당분이 높은 과일 종류는 섭취량 조절이 필요하다.
건강한 삶을 위해 더 많은 과일·채소 섭취가 강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섭취량은 거꾸로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젊은 층의 채소·과일 섭취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한국인을 위한 식생활지침’ 보고서에 따르면, 만 6세 이상 채소·과일을 하루 500g 이상 섭취하는 인구비율은 2015년 40.5%에서 2019년에는 31.3%로 줄었다. 특히 20대에서 권고 기준을 지킨 비율은 2019년 16.6%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