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76.5%

경기 73.7%, 인천 68.0%까지 하락

8개월 연속 추락…최악의 매수심리

“응찰자 집값 하락 예상 경매 입찰 안해”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서울 경매법원에서 올해 마지막 경매가 진행된 지난 28일 서울북부지검 경매2계. 아파트 4채, 연립.다세대 7채에 대한 경매가 진행됐으나 단 한건도 낙찰되지 못했다. 모두 응찰자가 한명도 없어 유찰됐다. 특히 아파트 4채는 모두 한차례 이상 유찰돼 감정가 대비 64%, 80%를 최저 입찰가로 경매를 진행했으나 여전히 응찰자가 모이지 않았다.

같은날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경매3계에서 진행된 아파트 5채에 대한 경매도 모두 유찰됐다. 구리시, 별내신도시 등 인기지역 물건도 있었으나 모두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수도권 주택 경매시장은 2022년 마지막까지 싸늘했다. 얼마 전까지 법원마다 나오기만 하면 응찰자가 몰리던 인기 아파트 조차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유찰됐다. 그나마 낙찰된 건 2차례 이상 유찰된 후 최저 입찰가가 감정가의 64% 수준으로 떨어진 게 대부분이었다.

29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12월 경매가 진행된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76.5%로 전월(83.6%) 보다 더 떨어졌다. 이는 2013년 1월(74.1%)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낙찰가율이 80% 밑으로 떨어진 건 평균적으로 최소 두 차례 이상 유찰된 물건이 낙찰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경매는 처음 나올 때 감정평가사가 적정 가격이라고 평가한 감정가를 최저가로 입찰을 진행하며, 한차례 유찰될 때마다 20%씩 최저가가 낮아진다.

유찰 또 유찰…“찬바람 경매 법정 삼수는 기본입니다” [부동산360]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

실제 올해 서울 아파트 중 마지막으로 낙찰이 이뤄진 물건은 27일 서울북부지법 경매1계에 나온 도봉구 창동 D아파트 45.1㎡(이하 전용면적)로 2차례 유찰된 후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의 64%(7억2960만원)를 최저가로 경매를 시작했는데, 2명이 입찰에 참여해 8억9980만원에 입찰가를 쓴 김모 씨가 주인이 됐다. 낙찰가율은 78.9%였다.

낙찰가율이 80% 밑으로 떨어진 건 수도권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아파트의 이달 평균 낙찰가율은 73.7%로 2012년 8월(72.8%)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인천은 68.0%까지 내려낮았다. 2014년 6월(53.7%) 이후 가장 낮은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해 12월만 해도 모두 100%를 넘었다.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103.5%였고, 경기(109.9%)와 인천(105.7%)은 그 보다 더 높았다. 사람들은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경쟁적으로 낙찰 받았다.

하지만 올 5월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 1~4월 100% 이상을 유지하던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5월들어 서울(96.4%), 경기(93.7%), 인천(97.2%) 모두 일제히 100% 밑으로 빠졌다. 이후 매매시장 침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를 거치면서 경매 낙찰가율도 매달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고, 이달 마침내 80% 밑까지 떨어졌다.

경매시장에서 아파트 낙찰가율이 하락하는 건 경매 참여자들이 그만큼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감정가보다 낮춰 응찰하기 때문에 낙찰가율은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낙찰가율은 참여자들이 향후 집값 전망, 시세 동향 등을 파악해 입찰가를 정해 형성되는 지표인 만큼 주택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며 “매매시장에 위축된 심리가 경매시장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시장 침체 상황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4118만원 종부세가 830만원으로 뚝…안도의 한숨 짓는 서울 2주택자[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