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발생 50여일 지난 이태원
SNS엔 “맛집 추천해주세요”독려
연말 앞두고 크리스마스 대비도
아직은 상흔 속...“조금씩 나아져”
#. “연말 회식은 이태원에서 하시죠.”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회사에 다니는 김주은(34)씨와 동료들 사이에선 최근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이태원 참사 현장과 인접한 곳에서 근무하며 침체된 상권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느꼈다는 김씨는 “큰 사고가 난 곳은 부정 탄다고 기피하는 문화도 있다 보니 회복이 더욱 쉽지 않겠다 싶었다”며 “적어도 내년까지 지인들 모임은 웬만하면 이태원에서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참사 발생 이후 50여일 가까운 시간이 흐른 가운데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이태원 상권 살리기’를 독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러라도 일대 상권을 찾아 참사 치유에 일조하려는 이들이 늘었다. 이태원 상인들은 여전히 참사의 상흔 속에 있지만,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상권 회복의 분위기를 조심스럽게 전했다.
김씨는 수년전 술집을 운영해본 적이 있는 만큼, 이태원 상인들의 어려움에 더욱 공감했다. 김씨는 “앞선 사회적 참사 땐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무력감이 컸다”며 “이태원 참사는 소비활동으로라도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목소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태원 한번도 안 가봤는데, 맛집 저장해놓은 곳들 돌아다녀야겠다”, “요즘 이태원 상권이 많이 죽었다고 해서 가보려는데, 맛집을 추천해달라”는 등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주말 이태원의 한 음식점을 방문한 뒤 SNS에 글을 올린 김성연(23)씨는 “지인들과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럴 때일수록 일부러라도 더욱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참사 현장이라고 해서 무의식 중에라도 기피하는 현상이 없어졌으면 해 글을 올렸다”고 했다.
15일 오후 헤럴드경제가 방문한 세계음식문화거리 상인들은 저녁 영업 준비에 한창이었다. 길거리에선 크리스마스캐롤도 흘러나왔다. 여느 상권과 마찬가지로 다가오는 기념일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가게에 산타 인형과 트리 등 크리스마스 장식을 들여놓고 연말 분위기를 낸 곳들이 많았다.
손님이 ‘전무’했던 참사 직후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조금씩 ‘희망’이 보인다는 이들도 있었다. 참사 현장과 300m 남짓 떨어진 한 브런치 전문 음식점엔 지난 토요일 오후 1시께, 대기 손님만 40명이 모였다. 실내 테이블이 손님으로 가득 찬 것은 오랜만이라, 간만에 활기가 돌았다. 이곳 직원 오모씨는 “당연히 (참사) 전보단 못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사평역 광장 인근 골목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손인원(30)씨는 최근 크리스마스 예약 문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참사 직후 문을 잠시 닫아야할까 고민했지만 생업을 포기할 순 없었다. 대신 음악만 끈 채 추모 분위기에 동참했다. 손씨는 “손님이 아예 없었던 때와 비교하면 요즘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신모(26)씨는 이날 참사 이후 처음으로 이태원역 인근 술집을 찾았다. 신씨는 “버스를 타고 자주 지나치긴 했는데, 왠지 모를 죄책감에 놀러올 생각은 못했었다”며 “막상 와보니 불이 꺼진 상점도 많아 확실히 상권이 어렵다는 걸 실감했다”고 했다. 대기손님이 많다는 후기를 보고 오전부터 일찍이 예약을 해뒀지만, 막상 신씨가 방문했을 때 술집 내부엔 신씨 일행 뿐이었다. 신씨는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대로 종종 방문해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회복 조짐이 보인다고는 하지만, 물론 참사 전의 활기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둘째주 이태원 1동 매출은 참사 이전인 지난 10월 넷째 주 대비 61.7% 감소했다. 이에 막막함을 토로하는 상인들도 적지 않았다.
8년째 녹사평역 광장에서 바를 운영하고 있는 크리스(30)씨는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한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손님이 없어졌고, 경찰들이 항상 배치돼 있으니 분위기도 아무래도 무겁다”며 “그래도 크리스마스에는 손님이 많이 왔으면 하는 바람에 특별메뉴도 준비했다”고 했다.
저녁 오픈을 앞두고 재료를 손질하던 한 술집 사장 A씨 역시 “참사 직후와 지금 크게 다른 건 느끼지 못하겠다”며 “길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이 조금 늘어난 건 느끼는데, 과연 예전만큼 돌아갈 수 있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