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지인이 차를 바꿨다고 자랑을 했다. 들어보니 바이오기업 신라젠 주식 투자로 얻은 수익으로 일종의 ‘플렉스’를 한 것이었다. 당시 주식투자를 하지 않던 나에게는 ‘주식으로 차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한창 바이오 주식에 훈풍이 불던 때이니 ‘나도 한 번 해볼까’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2년 만에 신라젠은 고꾸라졌다. 지난 2020년 당시 문은상 대표 등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가 불거지면서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통해 거래가 정지됐다. 17만명의 소액 투자자가 몰리며 한때 코스닥시장 2위까지 올랐던 기업은 공중분해될 위기에까지 처하게 됐다. 이제 연락이 끊긴 지인은 그때 바꾼 차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신라젠은 부활할 수 있을까. 신라젠이 다시 무대에 섰다. 신라젠은 지난 10월 한국거래소로부터 거래 재개를 통보받았다. 한국거래소는 신라젠에 개선기간을 부여하고 최대주주 변경을 통해 2년여 만에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기사회생’이라고 표현할 만큼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렇게 거래 재개가 된 이후 2개월 만에 신라젠은 간담회를 개최하며 재도약을 약속했다. 신라젠의 새로운 데뷔에 언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간담회장이 꽉 찰 정도로 기자들이 모였다. 행사장 뒤편에는 주주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회사가 없어질 상황에까지 놓였던지라 신라젠 임직원들의 표정은 결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김재경 신라젠 대표는 “과거 신라젠은 ‘펙사벡’이라는 단일 물질(항암 바이러스)에만 의존하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신약 개발은 그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실패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며 “이제 신라젠은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통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변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후 새로 영입한 R&D(연구·개발) 전문가들이 차례로 회사의 파이프라인과 개발 중인 약물의 가능성에 대해 1시간에 걸쳐 자세한 설명을 진행했다. 개발 중인 약물의 조기 기술 수출에 대한 가능성도 내비쳤다. 하지만 이날 신라젠이 내놓은 청사진은 가시적인 무엇이라기보다 신라젠의 희망사항이 담겼다고 느껴졌다.

신라젠은 ‘엠투엔’이라는 새로운 주인(최대주주)을 만났고 임직원도 대부분 바꿨다. 영화 제목만 그대로이고 사실상 감독과 주연이 모두 바뀐 셈이다.

새롭게 구성한 시즌 2는 전작처럼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편이 그러했다고 미래에도 똑같은 실패가 반복될 것으로 예단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절치부심, 그야말로 엄청난 흥행(신약)이 될 가능성도 있다.

신라젠이 바이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의심의 눈초리로만 보기보다 그들의 재도전을 묵묵히 지켜봐주는 응원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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