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쪽방촌 ‘마지막 겨울나기’
한파 앞두고 경유 가격 역전에
기름 보일러 가구에 비상 걸려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아껴서 하루 6리터 쓴다 해도 벌써 만원이 넘어요."
서울 체감온도가 영하 15도까지 내려간 지난달 30일. 1.5평짜리 방 7개가 모여 사는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한 건물 2층에는 냉기가 흘렀다. 2층에 사는 주민들은 기름 보일러 하나로 겨울을 보내는데, 최근 기름 값이 많이 올라 아껴쓰기에 돌입했다. 기름 보일러에 사용하는 등유 가격이 40% 가까이 올라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쪽방촌 주민들의 겨울나기에 비상이 걸렸다. 등유 가격이 오르면서 보일러에 사용하는 기름 구입 및 후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일부 쪽방촌에서는 연탄마저도 부족한 상황이다. 12월 초 강추위가 예고되면서 쪽방촌 주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영등포 쪽방촌 주민 415명 중 절반 가량은 기름 보일러를 사용한다. 나머지 절반은 연탄을 사용하며, 전기 보일러 사용은 소수다. 특히 30가구 정도는 보일러마저도 없다. 보일러 유형을 주민이 선택하는 건 아니다. 주로 2층짜리 건물에 사는 주민들이 불가피하게 설치가 편한 기름 보일러를 사용한다.
생활용 물, 난방까지 7가구가 하루에 사용하는 기름은 대략 6~8리터, 한 달이면 200리터는 거뜬히 넘는다는 게 영등포쪽방촌상담소 측 설명이다. 지난해말까지 1리터당 1200원대였던 등유 가격은 1 일 기준 1700~1800원대로 훌쩍 뛰었다. 김형옥 영등포쪽방상담소장은 "쪽방 외부와 내부 모두 목조인 건물이 많아 쪽방들이 모여있어도 춥다"고 말했다.
기름 보일러를 사용하는 쪽방촌 주민 A(67) 씨는 “보일러를 켜도 한기가 흐른다. 하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보일러를 껐다가 켰다가 한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지만 춥긴 춥다”고 말했다. 다른 쪽방촌 주민인 B(60) 씨는 “합판으로 된 집이라 너무 추운데다, 기름 보일러 코일이 작동이 안 되서 작동도 제대로 안 된다”며 “전기장판이나 단열재를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 겨울나기라는 생각에 일단 견디자는 주민도 있었다. 60대 쪽방촌 주민 C씨는 “어짜피 곧 재개발이라 나갈 건데 이제 집에 신경 안 쓴다”며 “일단 동파만 막자는 생각에 저녁에 수돗물을 조금씩 틀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 쪽방촌은 내년부터 정비사업이 시작돼 일부 주민들은 임시 거주지에 살 예정이다.
한편 최근 각종 고물가와 불경기가 겹치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각종 후원이 줄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연탄 부족으로 쪽방촌에 지원하는 연탄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밥상공동체 서울 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보유 연탄은 목표치 200만장에 못 미치는 10만여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서울경기 지역을 포함에 연탄가구가 수천가구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연탄 자체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binn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