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 갈등 악화일로
사상 첫 3사 노조 파업 초읽기
“연내 타결 사실상 쉽지 않아”
2021년처럼 극적타결 가능성도 제기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놓고 현대중공업그룹의 노사 갈등이 연일 악화하고 있다. 사측은 기본급 인상과 퇴직자 채용, 복지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교섭안을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이를 거부하고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계속되는 연간 적자에 금리 급등과 경기 침체까지 닥쳐 경영 부담이 심화되고 있지만, 그룹 내 조선3사 노조가 사상 첫 공동 파업까지 불사하고 있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30일 분당 신사옥(GRC) 앞 천막농성장에서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3사 공동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룹 내 조선 3사가 공동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3사 노조는 부분 파업에 이어 내달 6일 4시간 공동파업을 벌이고, 같은 달 7일에는 7시간 동안 차례로 파업을 진행한다. 이어 13일 이후부터는 전 조합원이 무기합 총파업에 나선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지난 25일 노조 측에 기본급 8만원 인상, 격려금 300만원을 제시했다. 또한 ▷정년 후 기간제 채용 인원을 대폭 확대, 퇴직 후에도 최대 2년간 일할 수 있는 기회 제공 ▷주택구입 융자제도 원금상환 기간 12년→15년 연장 ▷40세 이상 배우자의 종합검진 비용 확대(50%→80%) 등을 꺼내들었다. 회사 측은 직원 본인 및 배우자의 치과 진료·치료비를 매년 50만원 지원하되 2년 적치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회사 제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노조는 ▷임금 14만2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노동이사제 조합 추천권 도입 ▷치과 보철 치료비 연 100만원 지원(2년간 적치) ▷부모 육아휴직 시 6개월간 평균 임금 20% 지원 개인연금 통상임금 3% 지원 ▷중·고생 자녀에 대한 교육보조금 분기별 40만원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모두 수용할 경우 연간 25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사측은 추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부터 적자 고리가 이어지다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43억원을 내며 분기 기준 흑자전환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하지만 후판 가격 상승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을 반영한 여파 등으로 2년 연속 연간 영업손실이 유력한 상황이다.
사측은 노조의 파업 강행 움직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금리 급등과 함께 경기 침체 징후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해상 운임이 급락해 선박 수주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노조 측은 “(사측에서) 구성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내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33차례,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노사는 20여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달부터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해 주 5일 집중교섭에 나섰으나 갈등만 더 커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극적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초유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수주 초호황기’를 맞은 한국 조선업계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특히 납기 지연 문제가 불거지면, 선가가 고점인 상황에서 발주를 했던 일부 선주들이 이를 문제 삼아 계약을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
2021년에도 양측은 최악의 갈등 상황 속에서도 극적인 합의를 이뤄낸 바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019년 5월부터 교섭을 시작해 가까스로 두 차례 잠정 합의를 이뤘지만 노조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연거푸 합의안이 부결됐다. 법인분할을 둘러싼 노사 간의 마찰과 갈등이 교섭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당시 노조지부장이 40m 높이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이 극적으로 교섭에 합의하면서 파업과 고공농성이 중단된 바 있다.
올해 협상 상황과 관련 사측 관계자는 “노조와 매일 집중 교섭을 진행하며 접점을 찾고 있다”며 “회사는 열린 마음으로 조합과 소통해 합의안을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