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재건축 아파트값 0.17% ↓
일반 아파트 대비 하락폭 두드러져
재건축 호재도 힘쓰지 못하는 양상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집값 하락세 속에서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나마 하방압력을 방어해왔던 서울의 구축 아파트값이 최근 들어 신축보다 큰 폭으로 내리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정비사업 활성화를 목표로 각종 위원회 심의와 인허가에 속도를 내고 있음에도 시장 기대감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건설원가 상승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주택사업 여건이 악화되면서 재건축 추진이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는 의미로 읽힌다.
20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7% 하락했다. 일반 아파트(-0.05%)는 물론 전체 평균(-0.07%)보다도 하락폭이 컸다. 서울 아파트값이 올해 상반기 보합권을 지나 하락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도 재건축 아파트가 가격 조정을 덜 받아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실제 최근 들어 구축 아파트의 하락세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연령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살펴보면 11월 둘째 주 20년 초과 구축은 전주보다 0.5% 하락했다. 5년 이하 신축(-0.42%)보다 내림폭이 0.08%포인트 컸다.
올해 8월까지만 하더라도 신축·구축 아파트값 변동률은 비슷하거나 신축 아파트가 더 많이 내리는 경향을 보였으나 9월부터 구축 아파트의 낙폭이 커지면서 변동률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10월 첫째 주 0.06%포인트, 둘째 주 0.08%포인트로 격차가 확대됐으며 셋째 주 다소 주춤했으나 다시 보폭을 넓혔고 마지막 주에는 0.1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달 들어서도 구축 아파트가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며 2주 연속 신축 대비 0.08%포인트 더 내렸다.
이는 서울시의 적극적인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확산되며 시장 훈풍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세간의 관측과는 반대되는 흐름이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잠실 주공5단지와 대치 은마아파트 등 주요 재건축단지의 재건축계획안을 확정하고 목동지구 재건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하는 등 막혀 있던 정비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연이은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로 부동산 하락장이 본격화된 만큼 재건축 시장도 맥을 못 추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건설 원자재 가격 인상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로 자금조달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주택사업 경기 전망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영향도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1월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서울이 48.9로 10월 대비 7.3포인트 떨어지는 등 대부분 지역에서 이 지수를 조사한 2014년 1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00 이하는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보는 업체의 비율이 높다는 의미다. 전국 17개 시도가 일제히 하강국면 4개 단계 중 3단계에 속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건축 사업에 청신호가 켜진 단지를 중심으로도 가격 반등의 신호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양천구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안 통과와 함께 다음달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긴 하지만 매수세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허용을 발표했지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있어 갈아타기 수요가 제한적이라 시장은 조용한 편”이라고 전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 들어 은마, 시범에 이어 목동까지 굵직한 재건축 사업에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공사비 상승요인이 커진 데다 최근 사업비 조달 문제가 있고 정밀안전진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정비사업 저해 요인에는 유의미한 변동이 없기 때문에 서울 전역의 정비사업이 바로 탄력을 받을 수 없고 가격도 큰 변동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