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글로벌 노광장비를 선도하는 네덜란드 기업인 ASML이 최근 한국과 대만에 대규모 투자 집행 계획을 알리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등 주요 고객사들의 ASML에 대한 접근성과 의존도를 높이는 동시에,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ASML은 2400억원을 들여 2024년 말 완공 예정인 뉴 캠퍼스에 심자외선(DUV)·극자외선(EUV) 노광장비와 관련한 부품 등의 재(再)제조센터와 첨단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트레이닝 센터, 체험관 등을 설립한다. 피터 베닝크 CEO는 뉴 캠퍼스와 관련 “한국 고객의 비즈니스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며 “기술의 복잡성이 높아지면서 고객사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제조 사업도 대규모로 할 것이기 때문에 고객사와 가깝게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제조 센터를 건립하면 기존에 ASML 장비를 구입한 삼성전자 등이 기존처럼 해외에 제품을 이송해 수리를 맡기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부품 등 조달을 통한 조기 보수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내 반도체 제조 공급망 불확실성이 기존보다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ASML이 생산하는 EUV 노광 장비가 있어야 최첨단 반도체를 구현할수 있다.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다.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기술인 2㎚(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1대당 5000억원을 호가하는 ‘하이(High) 뉴메리컬어퍼처(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ASML에서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TSMC, 인텔 등이 잇따라 발주에 나서며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화성 뉴 캠퍼스에서는 하이 NA EUV 장비의 국내 도입과 관련된 트레이닝도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최근 ASML은 대만에도 투자를 집행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15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 ASML 프레데릭 슈나이더-마우노우리 부사장을 만난 뒤 페이스북에 ASML이 내년에 시작하는 투자 프로젝트는 ASML 사상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ASML이 대만 북부 지역에 내년 7월께 착공한다는 소식이다.
대만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세계 1위의 차세대 EUV 노광장비 생산업체 ASML은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주기도 했다. ASML은 회사가 대만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며, 세계 고객과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역 투자 프로젝트 관련 세부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대만 ASML 웹사이트에 따르면, ASML은 지난 2003년 북부 신중에 다국적 팀을 설립했으며, 신주를 비롯해 신베이시 린커우, 타이중, 타이난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들 거점에서는 성숙한 반도체 리퍼비시, 전자빔 측정 및 테스트 시스템 개발, 업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반도체 생산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만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은 ASML과 올해 5월에 수도권 지역인 신베이시 린커우 공일산업원구 내 공장 부지 선정과 관련해 사전 접촉이 있었다고 최근 밝혔다. 허우유이 시장은 내년 초까지 ASML에 해당 부지를 넘겨줄 예정이며 ASML이 해당 공장 건설 1기 공사에 최소 300억대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이 공장에는 앞으로 약 2000명의 직원이 채용될 예정이다. 차이잉원 총통은 ASML의 대만 투자를 지속하려는 계획은 ‘올바른 방향’이라며, 대만 정부는 계속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ASML은 최대 고객사인 회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