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해도 1인당 연간 2500여건 심사해야

현실적 대안으론 한계 부딪쳐 30명 늘려야

상고제한시 ‘국민 3심 재판 받을 권리’ 충돌

대법원 판사 임용, 재판부 독립성 약화 우려도

대법원 심리 부실 해결 방안으로 대법관 증원과 상고심사제가 꼽힌다. 2~3줄짜리 부실 판결문이 나오는 근본적 원인을 과다한 상고심 사건 수에 있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인데, 3심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할 수 밖에 없어 결국 여론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대법원 ‘상고제도개선 실무추진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대법관 증원, 상고심사제, 상고이유서 원심법원 제출 제도를 골자로 한 ‘상고제도 개선안’을 확정하고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TF는 대법관 증원과 상고심사제를 혼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냈다.

대법관 증원은 6년에 걸쳐 4명을 증원하는 방식이다. 현재 대법관은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으로 4명이 늘어나면 18명이 된다. 대법원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이 4명씩 총 3개 소부로 나눠 사건을 심리한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1개 소부를 추가해 4개 소부로 재편해 충실한 심리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2024년부터 2030년까지 2년에 1명씩 증원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상고심사제는 상고사건 중 대법원의 본안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건만 심사를 통해 선별하는 제도다. TF개선안에 따르면 사건 당사자가 60일 내에 상고이유서를 내지 못하면 원심법원이 상고를 각하 또는 기각할 수 있다. 상고 유형도 법정 상고와 심사상고로 구분한다. 법정상고는 본안 전 ‘명백성 심사’를 통해 법정상고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한 경우 외에 본안 심리를 진행하고, 심사상고는 법령해석 등 대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사건에 집중한다.

대법관 증원은 1년에 4만 건이 넘는 상고심 사건 부담을 줄이자는 해법이지만 현실적인 대안으론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대법원 사건 처리건수는 4만 3980건으로 4명이 늘어나더라도 1인당 사건부담은 2500여건 수준으로 여전히 과중하다.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을)적어도 30명 수준으로 늘려야 충실한 심리가 가능하다”며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관 수가 많아지면 전원합의체 사건 합의가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단점도 따라온다. 사회적으로 엇갈리는 사안에 통일된 결론을 내려야하는 대법원의 기능이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고를 제한하는 방식도 꾸준히 거론됐다. 대표적으로 대법원이 1년에 중요사건 수십 건 정도만 맡고, 나머지 사건은 2심이 최종심이 되는 상고허가제가 있다. 대법원이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고 법리적인 옳고 그름을 따지는 ‘법률심’임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제도로 꼽히지만, ‘국민의 3심 재판 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여론을 넘기가 쉽지 않다. 실제 우리나라도 1981년 3월 ‘소송촉진 특례법’을 제정해 상고허가제를 시행했지만, 이같은 지적에 따라 9년 만인 1990년에 폐지됐다.

‘대법원 판사’를 임용해 사건을 처리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 3심 재판을 받을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으면서 대법관은 소수 사건에 집중이 가능하다. 현재 대법원은 99명의 재판연구관(법관)이 심리를 돕고 있지만 직접 재판하진 않는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헌법을 보면 대법관 외 법관을 둘 수 있게 됐다”며 “대법관 한 명에 대법원 판사 2~3명을 붙이면 대법관이 4,5배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사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판사 승진 경로를 만들어 대법원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일선 재판부의 독립성을 약화시킨다는 우려가 있다. 결국 대법관들의 동의를 구해야하는 만큼 현실적 한계도 뚜렷하다.

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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