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 한국인들은 70%가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여겼지만 2010년대에 오면 그 수치는 20~40%로 크게 줄어든다. 현재는 더 줄어들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양극화가 더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구해근 하와이대 명예교수는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 이후 20년 만에 선보이는 국내 저서 ‘특권 중산층’(창비)에서 IMF 이후 중산층의 분열로 새로 부상한 한국 상류 중산층에 주목한다. 이들은 IMF이후 경제적 양극화와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에서 기존의 중산층내에서 분열, 급부상한 중산층이다. 저자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특권적 기회를 누리는 이들 집단을 특권 중산층으로 부른다.
이들은 과거 졸부의 이미지와 달리 명실공히 최고의 교육수준과 국제적 감각을 갖춘 엘리트 전문직이나 경영직에 종사하는 집단으로 기존에 없던 계층이다.
저자는 이들의 계급 구별짓기와 계층 문화를 한마디로 ‘강남 스타일’로 명명한다.
특권 중산층은 경제적 측면에서 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으로도 대다수 중산층과는 다른 계급적 특성을 보이는데, 계급 구별짓기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분야가 과시적 소비다. 고급 아파트, 명품, 외제차는 이들의 전유물로 인식된다. 특히 이들이 강남에 몰려 살게 되면서 주거지가 계층적으로 분리, 자연스레 강남 스타일 문화가 형성되게 된다.
이들의 소비 행태는 일반 중산층으론 따라 가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졌다. 무엇보다 계급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진 분야는 교육이다. 저자는 이들이 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배경으로 계급적 불안을 꼽는다. 점점 더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학경쟁에서의 우위를 통해 계급이 세습될 수 있도록 교육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일반 중산층은 점점 줄어들고 경제적으로 피폐해지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경제적 양극화가 일어나면서 가장 희생을 당하는 집단은 중산층이다. 실제로 소득분배를 상, 중, 하 세 집단으로 나눠 분석하면 최근에 나타난 현상은 중간소득층에 분배되는 전체 소득의 비율이 가장 낮다. 이는 중산층의 몰락과 해체로 귀결된다.
과거 중산층은 유동적이며, 이동적이었던 반면 현재 중산층은 상향 이동이 막혀 있고 하향 이동할 위협이 큰 매우 불안한 상태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일반 중산층의 양적 규모보다 질적 변화가 중요한 이유다.
저자는 한국사회에서 유독 공정이 극도로 민감한 이슈로 등장한 이유가 바로 이들 중간 계층에서 벌어지는 충돌에 있다고 본다. 즉 “신자유주의 경제구조 속에서 소수 집단은 더 많은 특권적 기회를 확보해서 자식들에게까지 물려주려고 노력하는 반면 다수 집단은 그런 기회에서 배제되어 불리하고 불공정한 상황에 놓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행동들의 충돌”, 즉 계급경쟁이라는 것이다.
책은 상위 10%의 탄생과 중산층 내의 분열에 초점을 맞춰, 한국사회의 문제와 현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특권 중산층/구해근 지음/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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