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농산물, ‘궁합 식재료’와 곁들여지면 영양·맛 증가
‘무+꿀’ ‘더덕+검은깨’ ‘늙은호박+팥’ ‘귤+브로콜리’ 등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멸치볶음에 들어가는 풋고추. 어릴 적에는 싫어하는 반찬이었을지 몰라도, 어른이 되면 풋고추가 감칠맛을 더해준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영양 측면에서도 이 둘은 ‘완벽한 짝꿍’이다. 멸치의 지방은 풋고추의 베타카로틴 흡수를 도우며, 풋고추의 비타민 C는 멸치의 철분 흡수를 돕는다.
가을 농산물 중에서도 이 같은 궁합이 등장한다. 맛이 잘 어울리면서도 서로에게 부족한 영양을 보충해주고, 단점을 보완해주기도 한다.
우선 채소 중에서는 배추를 들 수 있다. 배추는 서늘한 성질이 있기 때문에 따뜻한 성질의 식재료와 함께하면 좋다. 대표적인 경우가 김치다. 김치는 주인공인 배추에 따뜻한 성질의 생강, 마늘, 고추, 파 같은 양념이 들어간다. 양념의 맛과 함께 배추의 서늘한 성질도 완화해주는 선조들의 지혜다. 두부도 배추와 잘 어울리는 식재료다. 배추에 부족한 식물성 단백질을 보충해주면서 소화까지 잘되는 음식이 완성된다.
무도 가을의 대표 채소로, 이맘때 먹는 무는 가장 단맛이 강하고 아삭함이 뛰어나다. 무와 궁합이 좋은 식재료로는 꿀을 들 수 있다. 얇게 저민 무에 꿀을 넣은 ‘무꿀즙’은 환절기 감기나 기침에 좋다. 반면 오이는 무와 사이가 좋지 않다. 오이를 자를 때 나오는 아스코르비나아제라는 비타민 C 분해효소가 무에 든 비타민 C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가을에 먹기 좋은 늙은 호박의 경우, 호박 종류 중에서도 소화 흡수가 잘되며 특히 신경 완화 작용을 하는 비타민 B12가 많아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늙은 호박은 팥과 잘 어울린다. 흔히 호박죽에 팥이 함께 들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팥은 호박에 부족한 비타민 B1을 보충해주면서 호박의 달콤한 맛도 높인다.
가을에 먹는 고급 제철요리로는 더덕을 빼놓을 수 없다. 더덕에는 고추장 양념이 흔히 들어가지만, 검은깨 소스와도 궁합이 좋다. 더덕은 ‘산에서 나는 고기’로 불릴 만큼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반면 몸에 이로운 지방은 부족하다. 검은깨는 이러한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더덕의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준다. 채를 썬 더덕에 검은깨 소스를 뿌리면 맛도 좋다.
생굴은 차가운 계절이 되면 영양가와 맛이 더욱 풍부해진다. ‘바다의 단백질’로 불릴 만큼 단백질 함량이 높다. 최근에는 홈파티 메뉴로 위스키, 샴페인, 와인 등과 함께 자주 등장하지만, 영양학적으로는 레몬과 궁합이 더 좋다. 비린내가 적어지고, 레몬의 비타민 C가 생굴의 철분 흡수를 돕기 때문이다.
과일 중에서는 제철을 맞이한 유자와 생강의 궁합을 꼽을 수 있다. 유자에 생강을 함께 넣은 유자차가 대표적이다. 유자는 성질이 차가워 따뜻한 성질의 생강이 이를 완화해준다.
유자처럼 비타민 C가 많은 귤은 브로콜리와 잘 어울린다. 귤에 많은 비타민 C는 브로콜리에 풍부한 철분이 잘 흡수되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