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스페인 ‘상호방문의 해’ 문화유산 탐방
에스코리알 등 세계유산 보유 3위 국가
400년 단장 ‘빛의 풍경’ 대도시속 청량함
바티칸성베드로 닮은 궁·수도원 ‘뷰포인트’
프랑스형정원, 습지형·꽃밭형 가든 다채
현대 대학 모델, 세르반테스 고향 ‘알칼라’
200년된 토로스광장·와이너리 둘러볼만
인류무형유산 ‘플라멩코’ 동서 정서 공감도
‘띠로리~~’ 아란후에스(Aranjuez) 협주곡 선율을 타고, 파란만장했던 스페인의 중세~근세 역사유적·세계유산을 넘나들며 가슴 저미는 시간여행 속으로 빠져든다.
네 번의 ‘정치적 결혼’을 감행하면서도 초록색 사랑을 갈구했던 16세기 펠리페2세의 이야기. 세계문화유산 아란후에스 궁전에 프랑스 문화가 얽히게 된 사연,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이 궁을 소재로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낸 호아킨 로드리고의 감성을 접하는 동안, 마드리드 자치구 내 세계유산들에 담긴 스토리가 아련하게 다가온다.
귀엽고 아름다운 왕비를 맞기위해 만들기 시작해 400여년 단장해온 ‘빛의 풍경(Paisaje de la Luz)’ 세계문화유산에선 대도시 속 푸르고 청량한 스페인을 호흡한다.
▶세계유산 보유 ‘빅3’ 스페인=어딘가 모르게 동양적이어서 한국인의 정서 깊숙이 파고드는 플라멩코. 신명이 날 때엔 한국의 사물놀이 타악 리듬, 자진모리 장단 만큼이나 흥겹다.
프라도 미술관의 ‘시녀들(Las Meninas)’을 마주대하는 여행자의 감동은 또 어떤가. 여러 문명이 공존하는 스페인 여행은 다채롭고, 발랄하며, 포용의 마음이 느껴진다.
헤럴드경제는 ‘상호방문의 해’로 우정을 다져온 한국-스페인 정부가 최근 합의한 ▷세계문화유산 관광 ▷미식 관광 ▷스마트 관광 교류 활성화를 위해, 스페인관광청, 마드리드자치구 관광청의 안내로 수도권을 정밀탐방했다.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화유산 방문캠페인처럼, 그들의 유산과 얼을 깊게 들여다본다.
스페인은 세계유산 보유 3위 나라이고, 수도권인 마드리드자치구엔 ▷빛의 풍경 ▷에스코리알(San Lorenzo de El Escorial) ▷알칼라(Alcala de Henares) ▷아란후에스 ▷세계자연유산 몬테호(Hayedo de Montejo) 너도밤나무 숲 ▷인류무형유산 플라멩코 등이 있다.
친환경 교통 인프라를 만들자 이용객이 늘고 있다. 도보여행이 가장 많은 빛의 풍경은 공용자전거(ciclamadrid)를, 근교의 세계유산은 프린시페피오역과 아토차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탄다.
▶에스코리알=마드리드 자치구 북서쪽을 감싸고 있는 과다라마(Guadarrama)산맥과 고원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몬테호)과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청정구역이다.
도심에서 45㎞쯤 떨어진 아반토스산 아래 에스코리알은 우리나라로 치면, 행궁 화성, 최고대학 성균관, 왕실 사원, 왕릉들과 종묘를 합쳐놓은 곳이다. 전인 교육, 카톨릭수호, 선왕 추모, 현왕 휴식 등 다목적인 셈이다.
도서관-박물관 구역엔 해시계와 여러 언어의 과학 서적들, 지구본, 왕의 동상, 자석, 나침반 등이 진열돼 있다. 1557년 생캉탱 전투에서 프랑스를 제압한 이후 얻은 자신감이 투영된 문화유산이다. 벽화로 그려놓은 생캉탱 승전일은 로렌소 성인의 순교일과 같다.
예수의 ‘오병이어(五餠二魚)’ 기적을 그린 파올로 베로네세 그림(1563년) 등, 벽과 천장 마다 티치아노·그레코·보스코·티발디 등의 회화, 프레스코화가 빛나고, 모네그로의 ‘왕의 오래된 유언장’ 조각품이 여행자에게 무언가를 얘기할 듯 서있다.
지하 영묘에 가면 엄숙한 추모공간과 나폴레옹이 훔쳐가려다 너무 크고 무거워 못가져간 샹들리에가 품격있게 매달려 있다. 이 왕궁·수도원이 바티칸의 성베드로를 닮았다는 사실을 확인할수 있는 뷰포인트는 맛집이기도 한, 이웃의 헤레리아 골프장 야외 테라스이다.
왕궁 겸 수도원 야외 마당에서는 발랄한 아주머니들이 유튜브 댄스 영상을 찍는다. 근엄했던 공간이 이젠 시민과 여행자의 놀이터로 친근해진 것이다.
▶아란후에스=마드리드 도심 남쪽 40㎞ 지점, 타호강변 아란후에스 궁전과 정원은 300년전 유럽문화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치있는 것만을 간택해 놓았다. 프랑스 왕조의 영향을 받던 때, 왕이 봄에 머물던 별장이다.
왕자의 정원, 산책길 등을 걸으면 아란후에스에서 열정의 콘서트를 했던 거장 로드리고의 멜로디가 계속 반복해서 흥얼거려 진다. 일종의 조건반사이고, 아란후에스 여행자의 자세이다.
방문객들은 왕궁과 왕립 파울라스 박물관, 라브라도르의 집을 방문하지 않고는 떠날 수 없다. 역사적 예술의 집합체인 이곳에는 정열의 투우광장, 미식백화점인 아바스토스 시장도 있다.
부르봉 왕조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형 정원을 두고 나니, 원조 ‘해지지 않는 나라’이던 스페인으로서 자존심이 상해, 슬그머니 영국 버킹검 궁 닮은 정원과 숲길 등도 넣어, 글로벌 미학의 집합체임을 시위한다. 습지형 가든, 꽃밭형 가든 등으로 다채롭게 꾸몄다.
딸기 열차 타고 와서 이륜 마차를 타고, 구시가지와 숲, 궁정의 식품 저장고에 납품하던 과수원 등을 돌아볼수 있다. 아란후에즈 과일은 세잔의 정물화 소재로도 쓰였다. 이 밖에 구시가지 200년 된 토로스 광장, 카를로스 3세 와이너리 등도 방문할 만한 곳이다.
▶알칼라=신석기-청동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한 알칼라는 마드리드가 거대도시로 성장하기 이전에 로마제국의 이베리아반도 핵심도시 메리다와 사라고사를 연결하는 중간기착지였다. 711년 아랍계가 로마제국의 주인인 게르만을 물리치고 알칼라(성채)를 지은 이후 500년 가량 지난 다음에야 크리스트교 전통에 맞는 풍속과 교육이 재개됐다.
1293년 카스티야왕국 시절 콤플루텐세 서원이 세워지고, 1480년 콜럼버스가 이 학교 대주교관에서 왕과 왕후를 만나 아메리카 침략 비용을 후원받았으며, 1499년 시스네로스 추기경이 콤플루텐세를 오늘날과 비슷한 체계의 대학으로 재출범시켰다.
도심에서 동쪽으로 35㎞가량 떨어진 이곳은 돈키호테 작가 세르반테스의 고향으로 더욱 유명하다. 콤플루텐세가 19세기 마드리드 도심으로 이전하자 ‘굴러온 귀족들’에 의한 대학 재산 약탈이 자행된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대학을 위한 연합’을 결성, 빼간 것을 회수(꼰데뇨)하고, 안 빼간 것을 지키는, 긴 투쟁을 진행했다. 마침내 그 자리엔 45년전 알칼라대학이 들어섰다. 두 대학 표식은 같다. 논문 심사평가엔 문제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반대파 교수의 참여를 의무화했는데, 이 대학의 실력을 유럽 최고 반열에 올린 비결이기도 했다.
이 도시는 처음으로 현대적 체계와 유사한 대학을 설립하고, 유럽과 여타 대륙에 영향을 줬다는 점, 유대인·무슬림·크리스트 3개 문화가 지배했고, 지금도 이들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어, ‘세 문화의 도시’로 불리는 점에서 유네스코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알칼라 파라도르(문화유산 호텔), 세르반테스 생가 박물관, 마히스트랄 대성당, 코메디 극장이 가깝다. 이곳 여행의 길잡이 세르반테스기차는 천재 문학가가 살던 시대 모습으로 꾸며, 타임슬립 여행을 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착각을 제공한다.
남을 지배하기도, 지배당하기도 했던 스페인은 산전수전 다 겪은 초탈자 답게 포용력이 좋다. 한국 음악, 드라마, 음식, 문화유산을 좋아하고, 제주-산티아고 순례길 우정을 맺는 등 부쩍 가까워졌다. ‘찐친’이 될 것 같은 필링이 와락 엄습한다.
함영훈 선임기자
abc@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