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쓰면 22조원을 아낄 수 있다[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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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 예고 시스템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개발도상국에서 이런 시스템이 8억 달러(약 1.1조원)만 지출하면, 연간 최대 160억 달러(약 22.2조원)의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세계적응위원회(Global Commission on Adaptation)가 전망한 효과다. 이 시스템은 바로 기후재난을 전 세계적으로 조기에 경보하는 시스템, 다중 위험 조기 경보 시스템(MHEWS, Multi-Hazard Early Warning Systems)이다. 쓰나미는 물론, 폭염, 폭우, 홍수나 가뭄 등 기후재난은 특정국의 문제가 아니다. 피해 역시 특정국이 감당해야 할 몫은 아니다.

근본적인 대책은 기후재난을 없애는 것이지만, 당장 시급한 건 재앙을 예고, 피해를 최소화는 데에 있다. 특히나, 이 같은 기후재난의 피해는 개도국에 집중돼 있다. 온실가스 배출 등 지구를 파괴한 주된 책임은 이미 경제부흥을 이룬 선진국에 있음에도. 아프리카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필요성이 언급된 이유다.

세계기상기구(WMO)는 COP27에 맞춰 기후재난의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을 촉구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필요한 비용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총 31억 달러. 재해 위험을 연구하고 관찰·예측하며, 대비·대응하고 조기 경보를 알리는 데에 필요한 비용이다.

WMO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COP27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온실가스 배출 때문에 지구 전체에 걸쳐 기후재난이 늘고 있다. 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이보다 기후재난으로 고향을 잃은 이들이 3배 더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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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구 상 모든 이들이 5년 이내에 기후재난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우선 지원하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HEWS는 기후재난을 예고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책을 알려주는 통합 시스템이다. WMO에 따르면, 회원국 중 MHEWS를 갖추고 있다는 응답은 49%에 그쳤다.

전 세계 어디에서 기후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조기 경보로 이를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 골자는 이렇다. 과학적으로 기후재난을 예측하기 어려운 지역까지 이를 확장하고, 해당 지역의 주민들까지 실행할 수 있는 예방 및 완화 조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이를 구축하려면, 데이터 제공자, 미디어, 통신 서비스, 금융기관, 국제기관, NGO 등이 긴밀하게 협력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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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MO]

페테리 타알라스 WMO 사무총장은 “조기 경보가 생명을 구하고 경제적으로도 큰 이익을 줄 수 있다. 임박한 기후재난을 24시간 이내에 통지하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30%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WMO 연례 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년이 역사상 가장 더웠던 것으로 기록됐다. 올해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평균 기온보다 1.15도 높았다. 해수면 상승 속도는 1993년 이후 2배 증가했으며, 올해엔 유럽 알프스 산맥 빙하가 사상 최대 규모로 녹았고, 그린란드 빙하 역시 26년 연속 줄어들었다. 보고서는 “가장 뜨거운 연간 기온 기록을 갈아치우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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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와 가뭄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동아프리카에선 기록적인 가뭄으로 1930만명 가량이 식량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7~8월 기록적인 폭우로 파키스탄은 최소 1700명이 사망했으며, 마다가스카르는 폭우와 기록적인 홍수를 겪었다. 중국은 사상 최장 기간을 폭염에 시달렸으며, 영국은 올해 7월 기온이 처음으로 40도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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