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죄는 대외변수 우울한 기업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률 급락세
기업들 실적 전망에도 빨간불 켜져
자동차·철강, 미·중 리스크 중대변수
경기 하방압력 5년간 2% 성장 우려
기업들이 3분기 실적발표 시즌에 돌입한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성장세 둔화에 빠진 제조업이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저성장 국면에서 탈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3분기 ‘어닝쇼크’를 시작으로 전 세계적 경기 침체 여파가 우리 경제의 동력인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조업 부진에 경제성장률도 둔화=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23년 및 중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제조업 부가가치 증가율은 2.7%로, 지난해 6.9%에서 4.2%포인트 낮아져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 증가율은 2.3%로 0.4%포인트 하락하며 2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부가가치는 각 기업이나 산업 분야가 생산과정에서 새롭게 더한 가치를 의미하며 국내총생산(GDP) 등을 산출하는데 필요하다.
제조업 부가가치 증가세가 둔화하며 실질GDP 역시 하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1%였던 실질GDP 성장률은 올해 2.5%에서 내년 2.1%로 내려앉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늦춰지는 성장속도=주력산업인 반도체는 당장 ‘겨울’을 맞았다. 올 8월까지 수출 호조세가 유지되며 16개월 연속 100억 달러대 수출을 유지했으나 수요 둔화와 재고 축적,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수출 감소세가 예상된다.
세계반도체시장기구(WSTS)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률은 지난해 26.2%에서 올해 13.9%로 급감하고 내년에도 4.6%로 크게 내려앉을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지난해 30.9%에서 올해 8.2%, 내년 0.6%로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기업 실적 전망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1.7% 감소한 10조8000억원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3분기만 놓고 보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가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을 추월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50조원대 영업이익 달성도 불안한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내년 영업이익이 40조원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역성장이 예상된다.
▶자동차·철강, ‘美·中 리스크’가 변수=자동차 산업은 완만한 수출 증가세를 보이겠으나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금리인상 기조 등 거시경제적 영향으로 인한 수요 증가 제한 등이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지만 지난달 전기차 판매량은 미국 IRA법의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현대차의 전기차인 아이오닉5의 미국 판매량은 전달인 8월보다 14% 감소했고 7월보다는 30% 이상 줄어들었다. 기아의 전기차 EV6도 지난달 판매량이 7월 대비 2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두 차량은 모두 한국에서 생산돼 IRA법의 세제 혜택에서 제외된다. 철강 산업은 견조한 신흥국 철강 수요 등은 긍정적이나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수요 둔화는 위협요인으로 꼽힌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 철강 수요는 올해 9억5000만t에서 내년 9억6000만t으로 1.0% 증가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철강업계 실적은 3분기부터 꺾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의 실적은 하반기는 물론 내년 실적 역시 전년대비 감소가 예상된다. 포스코는 태풍 ‘힌남노’ 타격에 더해 올해 전년 대비 역성장하고 내년도 한자릿수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제철도 올해 감익에 이어 내년엔 올해 대비 20% 수준이 줄어든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화학 업종도 국제유가 상승과 중국의 수요 급감, 경기침체 영향 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하반기 이후 화학 산업은 지속적인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공급과잉과 유가·원자재가격의 높은 수준으로 인해 수출 여건이 다소 악화될 것”이라고 봤다.
▶하반기부터 둔화 뚜렷, 향후 5년 간 2% 성장률...= 올 상반기 제조업 부가가치 증가율은 석유화학, 정보통신(IT) 기기, 반도체, 바이오헬스 등을 중심으로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해 3.0%를 기록했다.
상반기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격 급등 등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 스텝’과 같은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조치 등 대외 불안요인에도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회복세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하반기는 지난해 기저효과로 2.4% 증가하겠지만 상반기보다는 하락이 예상된다.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하락, 공급망 차질 일부 완화 등 긍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하방 압력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반도체 가격 하락 및 재고 증가 등으로 인해 생산 회복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내년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과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고 글로벌 각국의 통화긴축이 예상됨에 따라 소비심리 위축, 경기침체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반도체나 컴퓨터, 가전, 바이오헬스 등 그동안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산업에서의 수요 감소로 인해 부가가치 증가율이 둔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2022~2026년 제조업 부가가치 증가율은 연평균 2.2%로 추산된다. 지난 5년(2017~2021년) 2.5%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제조업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올 하반기부터 성장률이 점차 낮아져 내년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2024년 이후에는 우리 산업의 고도화로 제조업 성장이 정체되는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진입해 2% 초반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문영규 기자
ygmo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