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는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 안보는 국가 생존과 직결되며, 안보의 보장 없이 자유민주주의나 경제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는 21세기에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삶의 기본적인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핵 위협도 고조되고 있다. 핵 보유국 북한을 눈 앞에 두고 있는 한국은 더 우려할 만한 상황이지만 신냉전시대 한국의 안보는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최장수 대통령비서관이자 대통령학의 대가 김충남 정치학 박사는 ‘대통령의 안보 리더십’(플래닛미디어)에서 국가 안보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안보리더십이라며, 역대 대통령들의 공과로부터 교훈을 얻어 확고한 안보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이승만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각 대통령이 추진한 주요 안보정책과 재임기간 중 발생한 주요 사건들을 살피고 대통령들의 안보리더십은 어땠는지,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 객관적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역대 대통령들이 경제발전, 민주주의, 국민복지, 평화 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북한에 대응할 수 있는 근본 전략 없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새로운 대북정책을 펴면서 상황을 계속 악화시켜왔다고 지적한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의 변화, 즉 개혁·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고 국제사회에서도 북한의 입장을 옹호했지만 북한의 변화는 없었다. 개혁·개방이야 말로 북한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문제임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는 커녕 오히려 도왔다고 판단한 이명박 대통령은 대북 강경노선을 추진했다. 대신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고 경제체제를 개방하면 대북 개발지원 및 투자 확대로 북한의 국민소득을 3000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오히려 북한의 반발만 샀다. 경제논리로 풀고자 한 것이지만 북한은 체제유지라는 정치논리가 중요했기에 충돌은 불가피했다.
천안암 폭침 사건은 그 결정판이다. 저자는 당시 대통령이 단호히 대응하지 못해 오히려 북한으로 향해야 할 국민의 분노가 정부와 군에 쏟아졌다고 지적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지속적인 핵실험을 하며, 군사적 모험 노선으로 치닫는 북한과 신뢰를 형성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가하면 평화를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트럼프 김정은 회담 등으로 관계에 봄바람이 부는 듯했지만 결국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파탄났다. 그 사이 북핵은 고도화됐다.
저자는 문재인 정권이 북한과 화해· 협력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으로 평화가 정착될 수 있다는 희망적 사고에 빠져 있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문 대통령의 국방개혁 2.0은 사실상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고 동아시아는 신냉전시대로 접어들었는데도 전력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했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에 대한 지나친 우호적이고 낭만적인 시선이 안보정책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했다는 평가다.북한 눈치 보기와 퍼주기로 환심을 사서 피상적으로 남북관계를 전진시키려는 정책으로는 비핵화도 평화도 이룰 수 없고 평화통일도 불가능하다는 게 저자의 인식이다.
저자는 북한에 대한 오판의 이유로 북한은 적화통일이라는 대남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꾼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또 남한이 체제경쟁에서 승리했으며 북한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착각, 북한은 개방·개혁할 수 밖에 없다는 낙관론, 북한은 도와줘야 할 대상, 더 이상 위협이 아니라는 생각 등을 꼽는다.
이런 가운데 남한은 국론 분열, 안보 포퓰리즘으로 더 안보가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책은 역대 정권의 대북정책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필요한 안보 리더십에 대한 성찰로 이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대통령의 안보리더십/김충남 지음/플래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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