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구속기소…前시중은행 지점장도 포함

해외서 받은 가상화폐 국내 거래소에 매각

차명계좌 통해 세탁 후 페이퍼컴퍼니로 송금

檢 “수사범위 시행령 개정으로 신속수사 가능”

대구지검. 박상현 기자
대구지검. 박상현 기자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해외에서 받은 가상화폐를 국내 거래소에 매각한 뒤 1조원에 달하는 대금을 해외로 다시 송금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 이일규)는 6일 대규모 불법 외화송금 사건 중간 수사 결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A씨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1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6일 밝혔다. 구속기소 된 이들 중엔 전 시중은행 지점장도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일본에서 가상화폐를 받은 A씨 등 4명은 304회에 걸쳐, 총 4957억여 원의 외화를 송금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금이나 반도체 칩 등을 수입한 사실이 없음에도, 그러한 사실이 있는 것처럼 허위 증빙자료를 제출해 은행직원들을 속인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들 중 3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중국에서 가상화폐를 받은 B씨 등 4명은 같은 방법으로, 281회에 걸쳐 총 4391억여원 상당의 외화를 송금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B씨 등 4명을 모두 구속기소 했다.

전 시중은행 지점장 C씨는 검찰의 계좌추적 등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공범들에게 알리고 2500만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을 대가로 받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C씨가 근무했던 은행 지점도, A씨 등의 범행으로 외화 매매 이익·수수료 총 21억여 원의 영업이익을 얻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일본과 중국 내 공범들이 전자지갑으로 가상화폐를 보내면 이를 우리나라 거래소에서 매각하고, 이를 차명계좌를 통해 세탁했다. 이후 사전에 설립하거나 확보해 둔 다수의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매각대금을 보냈다. 페이퍼컴퍼니들은 이를 다시 해외에 있는 공범들에게 송금했다.

또 A씨 등은 해당 페이퍼컴퍼니들이 수입대금을 송금하는 것처럼 꾸민 인보이스 등 허위 증빙자료를 은행에 내기도 했다. A씨 등은 해외에 있는 공범들과 사전에 약속한 일정 비율의 금액을 뺀 나머지를 송금함으로써 이익을 챙겼다.

검찰은 현재 일본과 중국에 있는 공범 8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해외공조 수사 중이다. 또 검찰은 A씨 등의 3억원 상당 고가 외제차 3대, 2억6000만원 상당의 콘도 분양권, 5억원 상당의 전세보증금 채권 등 총 12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추징·보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치프리미엄’을 노린 일본·중국의 세력과 연계해 조직적으로 우리나라 거래소에 대량의 가상자산을 투매하고, 그 이익금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해외로 빼돌리는 범행 구조를 최초로 적발해 처벌했다”며 “올해 9월 10일 시행된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 시행령 개정으로 외국환거래법 위반죄 등이 수사 범위에 포함돼 신속한 수사 개시와 진행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po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