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태어나서 다행이다.”
요즘 일본 젊은이들이 하는 말이다. 이유가 대단하진 않다. 기모노가 예뻐서, 일본 음식이 좋아서, 다른 나라보다 사람들이 친절하고 거리가 깨끗해서라고 한다. 일상에서 느끼는 긍정적 요소가 자문화에 대한 애착과 애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인류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일본의 젊은 세대는 기성 세대와 크게 다를 뿐 아니라 기존 이데올로기 문법으론 읽어내기 어렵다. 또한 한일 문화가 자주 비교 대상이 되지만 우리의 일본관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이제는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시간으로 모든 분야의 정보가 빠르고 정확하게 유통되고 있는데도 현재진행형인 일본 사회의 변화에 우리는 무지하다는 얘기다.
저자는 15년 일본에 살며 일본 대학에 몸담고 젊은 세대와 솔직하게 교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사회의 ‘지금’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 사회 전체는 우경화하고 있다. 젊은 세대도 마찬가지이지만 좀 다르다. 애국심은 강해졌지만 공격성으로 변질되기 쉬운 순혈주의나 배타주의는 약해졌다. 또 다른 반전은 사회적 안정과 권위, 질서를 중시하는 보수적 성향이 중장년층보다 오히려 더 크다.
취업, 가족, 연애 등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정성이 높아진 탓이다. 이런 점에선 한국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다. 한일 대학생들은 두 나라의 문화 차이보다 세대 차이가 더 크다고 느낀다. 이는 인터넷과 SNS등 동일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생활한다는 측면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젊은 층의 보수화는 ‘이데올로기 없는 보수화’로 기존의 좌파, 우파의 개념과는 다르다.
정치적 이슈와 집회, 시위로 조용할 날이 없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정책 실패나 정치인의 탈선 등에 조용한 것도 흔히 비교된다. 일본의 시민들은 왜 무능하고 오만한 권력을 묵인하는 걸까?
저자는 반 세기 전 일본도 ‘데모의 시대’이었지만 경제성장과 시대 변화 속에서 관심이 옅어졌다고 설명한다. 학생 운동의 주역들이 정치권으로 대거 진출한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 시민운동을 이끌던 리더들은 자취를 감췄다. 또한 급진 좌파 학생들의 과격한 무장 투쟁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한몫했다. 일본 내부의 복잡한 사회문제를 경제적 과제로 치환하거나 외교적 문제인양 해결하려는 사고방식도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위험사회’의 민낯으로 드러난다.
젊은층의 최대 관심사인 일본의 부동산 사정은 어떨까? 집 문제에 관한 한 일본은 다르다. 일본에선 대도시 고가 주택에 살든 교외에 살든 시간이 지날수록 지속적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매매 절차도 복잡하고 수수료가 한국의 몇 배가 되기 때문에 개인이 집을 사고팔면서 자산을 불려나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직장인들은 수십 년에 걸쳐 상환하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데 대출금을 모두 갚을 즈음이면 집값은 절반 정도로 쪼그라들어 있다. 그렇다 보니 집을 투자 개념이 아니라 나이가 든 뒤에 살고 싶은 곳에 집을 산다.
‘제로 소비’‘~바나레(멀리하다)’로 불리는 일본 젊은이들과 플렉스에 빠진 한국은 차이가 크다. 일본 젊은이들은 명품이나 해외여행 같은 사치성 소비에 대한 선호가 높지 않다. 차를 꼭 사겠다는 젊은이들은 드물다. 필요할 때 렌터카를 이용한다. 버블시대의 과시적 소비 형태와 정 반대다. 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실용적이고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등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가 닮아가고 있는 초고령 사회의 현실과 휴머노이드 로봇 사회의 과학기술과 상상력 등 일본 사회 전반의 변화를 현재의 시각으로 촘촘하게 조명해 나간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같은 일본 다른 일본/김경화·김일영 지음/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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