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싸게 사려다 지출이 눈덩이…당근마켓 지웠어요”
#. 대학원생 유모 씨는 최근 스마트폰에서 당근마켓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양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들여다 봤다. 당근마켓을 보지 않는 새 좋은 물건을 놓칠까봐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키워드 알림까지 해놓을 정도였다. 하지만 ‘덮어놓고 구입하다보니’ 지출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유 씨는 “견물생심이라고 당근을 들여다볼 때마다 뭘 하나씩 사다보니 생활비에 지장이 가는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올해 들어 물가 상승 때문에 지출 부담이 더욱 커져 결국 팔 것만 팔고 지워버렸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등에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중고 앱 시장 성장세가 오히려 꺾이는 모양새다. ‘저렴하니 일단 사고 보자’던 ‘묻지마 소비’가 줄어든 가운데 기존 사용자들마저 긴축에 들어간 영향으로 분석된다. 불황이 중고 앱 시장까지 잠식했다.
29일 모바일데이터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대표 중고 거래앱 당근마켓의 총 사용 시간은 올해 3월 이후로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3월에는 총 사용시간이 약 3566만 시간에 이르렀지만 ▷4월 3266만 시간 ▷5월 3156만 시간 ▷6월 3064만 시간 ▷7월 3005만시간 ▷8월 3012만 시간 등으로 갈수록 줄고 있다.
비단 당근거래만의 얘기가 아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리테일 조사 결과에서도 국내 주요 중고 앱 사용자수 감소세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해 3월 2005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5월 1995만명 ▷7월 1896명으로 줄었다. 3개월 이상 사용자수가 줄어든 것은 집계 이후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4월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때다. 한국은행은 4월을 시작으로 5,7,8월 등 사상 처음으로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후 은행 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며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에 처음으로 대출금리 8%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중고 앱 시장에서는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어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가격을 터무니 없이 낮추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곡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박모 씨는 “마이너스 통장이 연장되면서 6%대였던 금리가 하루아침에 7%가 됐다”며 “월급은 그대로고, 돈 나올 구석은 없어 당근에 아끼던 물건들을 내놨는데 팔릴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도 비슷한 호소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