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전 UX디자이너 박수레 작가
어딘가로 가는 목적보다 새 용도 주목
자율주행-연결-전동화로 디자인 대변화
“자동차는 움직임과 분리, 개인화란 요소를 모두 만족하는 공간입니다. 자율주행(Autonomous), 연결(Connected), 전동화(Electric)로 요약되는 이른바 미래 ‘ACE’ 자동차 시대를 맞아 전통적인 자동차 디자인 역시 크게 변화할 것입니다.”
포르쉐 전 UX디자이너이자 ‘자동차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저자인 박수레 작가는 지난 2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22에 연사로 나서 이같이 강조했다.
박 작가는 독일 포르쉐 본사에서 일하며 세계적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 내부를 고민했던 인물이다. 이날 박 작가는 ‘나만의 움직이는 공간 3.3제곱미터’라는 주제로 자동차 공간의 변화와 가치를 소개했다. 그는 “시대와 상황, 안전 기준 등에 따라 자동차의 크기가 달라져 왔지만, 외관 디자인 등을 다 걷어내고 나면 자동차 내부 공간은 3.3제곱미터, 즉 한 평 정도”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특히 자동차는 움직임, 분리, 개인화 욕구를 모두 충족하는 공간이라고 봤다. 또 최근 들어서는 본 목적인 움직임보다는 새로운 용도가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2019년 일본의 자동차 공유업체 오릭스에서 공유자동차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주행거리가 전혀 없는 경우가 있었다”며 “어디론가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간으로 자동차를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율주행, 전동화 등은 이를 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작가는 “현대차 조사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에서 사람들은 가장 하고 싶은 일로 밖 보기, 대화하기, 잠자기 등을 꼽았다”며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화하면 굳이 서울에 살지 않고 차를 활용, 먼 거리를 출퇴근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연결화 측면에선 2015년 물류회사 DHL과 아우디의 협력 사례를 소개했다. 차 주인이 원격으로 자동차 문을 열어주면, 택배 기사가 트렁크에 택배를 배송하는 식이다. 공유자동차의 ‘스마트키’ 역시 연결화의 대표 예라고 소개했다.
전동화 역시 공간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봤다. 박 작가는 “내연기관은 동력 전달 장치가 필요했고, 자동차 중심부에 변속기 터널이 위치했다”며 “전기차가 되면 스케이트보드 시스템 등의 도입으로 바닥이 평평해지기 때문에 라운지 콘셉트 등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UX디자이너들에게 있어 현시대가 큰 도전이 될 것이란 평가도 내놨다. 박 작가는 “스마트폰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이 익숙해진 상황이고, 그에 따른 일반적인 기대치가 있다”며 “반면 자동차는 디지털화되고 격변하고 있어, 대중적으로 인정하고 쉽게 받아들이는 유저 인터페이스가 없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5~6년의 시간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