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헌 ‘럭셔리 제네시스, 디자인의 역할’
럭셔리車 인정받으려면 ‘오리지널리티’ 중요
대담·진보·한국적 ‘세가지 키워드’ 주축
새 디자인 영감, 신기술·고객 니즈서 받아
소비자반응 숫자로 나타나...최대실적 기록
주요 화두 ‘지속가능성’ 적용도 고민해야
내연기관차→전기차 발빠른 체질전환 필요
“럭셔리 브랜드로 인정받으려면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가 중요합니다.”
제네시스 디자인 실장인 윤일헌 현대자동차 상무는 ‘제네시스’가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까지 ‘디자인’이 기여한 역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짧게는 십여 년,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 시장에 뿌리내린 경쟁사와 달리 이제 한 그루의 ‘젊은 느티나무’가 된 제네시스 브랜드가 시장에 단기간 내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엔 제네시스 고유의 디자인이 있다. 윤 상무는 오는 27일 예정된 ‘헤럴드디자인포럼2022’에 연사로 강연한다.
윤 상무는 헤럴드경제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대담하고 진보적이며 가장 한국적인. 이 세 가지 키워드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구축하는 중요한 축”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지난 2015년 11월 G80과 함께 시장에 등장했다. 당시엔 경쟁사 대비 인지도가 낮은 신생 브랜드였던만큼 브랜드 디자인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방향을 설정해 소비자에게 각인시켜 주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윤 상무는 “‘어떠한 럭셔리 브랜드가 될 것인가’에서부터 브랜드 키워드를 만들어 나갔다”며 “이후 세 가지 키워드를 토대로 ‘역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이란 디자인 방향성을 구체화했다”고 회상했다.
이 과정에서 제네시스 엠블럼을 변형시켜 만든 독창적인 ‘두 줄 램프’가 디자인 요소로 강조되기 시작했다. 두 줄 램프는 한국화의 기본인 ‘선’을 떠오르게 하는 가장 한국적인 형태이면서 제네시스 고유의 기술력, 아이덴티티가 담긴 디자인 결정체다.
두 줄 램프는 단순히 심미적 가치만 지닌 게 아니라 ‘최첨단 라이팅 기술’과 ‘제조기술 혁신’이 더해진 융합의 산물이란 게 윤 상무의 설명이다. 내연기관이 전동화되면서 디자인도 함께 진화 중이다. 예를 들어 제네시스 X 스피디움 쿠페 콘셉트카는 전기차 특성상 그릴 기능이 생략된다. 이에 제네시스 고유의 ‘크레스트 그릴(Crest Grille)’ 디자인을 두 줄로 재해석했다. GV60도 같은 디자인 문법으로 두 줄 램프를 표현했다. 정제되고 볼륨감 넘치는 전면부에 더 진보적인 이미지를 갖춘 두 줄 디자인의 쿼드램프를 적용했다.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숫자로 드러났다. 두 줄 램프가 본격 적용된 G90은 출시 6개월 만에 월 판매 기준 최다 실적을 기록했다.
윤 상무는 “눈에 보이는 외장 디자인을 넘어 제네시스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 디자인의 사례가 두 줄 램프”라며 “두 줄 디자인에 내포된 기술과 디자인의 완벽한 조화를 제네시스만의 헤리티지로 지속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상무는 새로운 디자인, 좋은 디자인의 영감을 ‘신기술’과 ‘고객 니즈’에서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가 개발된 이래 지난 100여년간 많은 형태의 자동차가 만들어졌고, 그 안에서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찾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신기술과 사용자 니즈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조금 더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발굴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회 전반 주요 화두인 ‘지속가능성’을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도 윤 상무가 고민하는 대목이다. 유로7과 같은 국제적인 탄소배출규제에 대응하려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발 빠른 체질전환이 필요하다. 디자인도 변화가 필수다.
제네시스 X 스피디움 쿠페 콘셉트엔 ▷감귤류 열매나 미모사와 같은 식물유래 성분으로 가공한 베지터블 가죽 ▷가공 과정에서 일반 가죽에 비해 적은 양의 물과 화학 약품을 사용한 뛰어난 통기성의 그레인 가죽 등을 적용했다. 또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로 된 실을 사용, 가죽의 내구성·내수성도 강화했다.
지난 2002년 대학을 졸업 후 20여 년. 새로운 디자인, 좋은 디자인에 대한 그의 꿈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윤 상무는 “많은 고객에 사랑받는, 탈 때마다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좋은 디자인의 차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내는 게 바람”이라고 전했다 박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