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소비자와 소통

‘아날로그적 방식’ 디지털 컨텐츠 제작

디지털 환경속 ‘재미와 안전’ 동시추구

“뉴노멀시대의 언택트 소통...달라진 소통방식 자체로 깊은 영감” [헤럴드디자인포럼 2021]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람들과 만나지 않고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달라진 소통 방식 자체가 영감이 되어 결과물로 탄생하기도 하더군요. 세상이 바뀌면 바뀐대로 새로운 소통방식으로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게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역할이 아닐까요.”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든 분야에서 뉴노멀이 나타나고 있다. 디자인도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에르메스 메종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전상현 아트 디렉터는 “남성 패션쇼 광고 컨셉을 정하는 프로젝트에서 그룹 챗으로 여러 크리에이티브가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 대화 창 자체가 결과물이 됐다”면서 “새로운 소통 방식 자체가 영감이 된 것인데 상당히 재미있고 신선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4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포럼2021’에서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제로 강연에 나설 예정이다.

디지털 아트 디렉터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직업이다. 더욱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에서 활동하는 동양인은 보기 드물다. 전상현 디렉터는 “에르메스 남성복과 여성복의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고,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엉뚱하고 재미있는 영상과 이미지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자신의 일을 소개했다.

“뉴노멀시대의 언택트 소통...달라진 소통방식 자체로 깊은 영감” [헤럴드디자인포럼 2021]
전상현 아트디렉터가 모아둔 아이디어 스케치.
“뉴노멀시대의 언택트 소통...달라진 소통방식 자체로 깊은 영감” [헤럴드디자인포럼 2021]
전상현 아트디렉터의 아이디어 드로잉.

그는 한국에서 대원외국어고등학교를 나온 후 2003년 미국으로 건너가 순수미술을 공부했다. 그러다 2007년 갑자기 파리행 비행기를 탔다. “파리에 뚜렷한 계획을 갖고 온 것은 아니였어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타투이’를 보고 주인공 ‘레미’처럼 인생을 꽉꽉 채우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했었죠.” 준비 없이 한달 만에 파리로 옮겨온 탓에 언어는 물론이고 사고방식이나 행정절차를 몰라 좌충우돌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페닝겐 예술대학, 파리 IFM(Institute Francais de la Mode) 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에스콰이어 누메로 W 매거진 아트디렉터와 객원편집자, 필립스 그래픽 디자이너, 필메니쉬그룹 아트디렉터 등을 거쳐 2014년 에르메스에 합류했다.

그의 에르메스 입사도 우연히 이뤄졌다. “IFM 대학원에 다닐때 과제로 ‘에르메상스(Hermessence)’ 향수 시리즈의 이미지를 만들었는데, 당시 에르메상스 향수는 광고 이미지가 없던 시절이에요. 그런데 제 작품을 사용하고 싶다고 에르메스가 연락을 해왔어요. 이 만남을 계기로 에르메스에 들어갔어죠.” 그는 에르메스 뀌르 당쥬 쇼윈도우 디스플레이 담당, 디지털 그래픽 디자이너를 거쳐 디지털플랫폼 아트디렉션을 맡으며 8년째 에르메스에서 일하고 있다.

디지털 작업이 그의 주된 일이지만 아니러니하게도 그는 ‘아날로그적인 것’을 추구한다. 가장 많이 하는 고민도 디지털화된 세상에 어떻게 하면 제품의 이미지가 덜 디지털화되게 보일 수 있을까이다.

“저는 스케치를 즐겨 합니다. 내 아이디어가 시각화되는 순간 수많은 영감들이 따라옵니다. 아날로그적인 작업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실제로 작업 방식도 아날로그적으로 이뤄지는 것이죠. 포토샵이나 다른 디지털 이미지 프로그램이 아무리 발달해도 스케치 같은 아날로그적인 것에서 오는 느낌과 디자인의 중요성에 무게를 둡니다.” 디지털 세상이라고 해도 결국 가장 좋은 콘텐츠는 사람을 미소짓게 하는 유머와 진정성이 보여지는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급변하는 디지털 전환 속에서 그가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 안전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는 “얼마전 파리 그랑팔레에서 날개 달린 말을 타고 대회장을 날으는 VR 쇼를 기획했는데, VR 체험에서 어르신 승객이 말이 날아오르는 장면을 실제로 착각해 떨어지는 사고가 났다”면서 “다행히 부상은 없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안전 문제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희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