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법학계 전문가들 의견
“사법부 독립 훼손…법치주의에 어긋나”
“고의성 인정되지 않는 이상 징계 어려워”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이달 14일 신당역에서 발생한 역무원 살해 사건으로 사법부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던 전주환(31)에게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에게 징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범행으로 인해 과거 구속 영장을 기각한 판사를 징계하는 조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봤다.
2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법조계·법학계 전문가들은 전주환이 스토킹 혐의로 수사를 받을 당시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에 대한 징계는 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판사의 판단으로 징계가 처해질 경우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영장을 기각한 판사가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고, 향후 승진 등 인사고과에 불리하게 반영될 순 있지만 징계를 처할 순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역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차진아 교수도 “특정한 재판의 내용으로 징계를 내리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치”라며 “스토킹 범죄의 위험성을 간과했다는 비판은 이어질 수 있겠지만, 그것을 이유로 징계가 내려진다면 사법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게 될 수밖에 없다.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진보당은 이달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환의 첫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에 대한 징계를 촉구하는 서명 3200건을 전달했다. 진보당은 지난 17일부터 스토킹 범죄 강력 처벌과 전주환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의 징계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사흘 만에 3200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법 제106조 제1항을 보면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지 않는 이상 파면되지 않으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등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는다. 해당 조항에 대해 장 교수는 “판사가 징계처분을 받으려면 특정 판결에서 고의로 인한 과실이 있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며 “신당역 사건의 경우에도 과거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가 자신의 결정으로 이번과 같은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는 걸 충분히 예측했는데도 기각을 했으면 징계처분의 여지가 있겠지만, 이 같은 고의성이 인정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전주환은 지난해 10월 서울 서부경찰서에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경찰은 전주환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주거공간이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올해 1월에도 전주환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추가 고소됐지만, 당시에도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yckim645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