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통치 및 사회·개인 치밀하게 관리
공산당 당장, 헌법보다 더 정치적 권위
인사·조직·사상··무력·경제 철저히 장악
민영기업·비정부조직·대학까지 통제
공산당원 충원 방식·일상 활동도 소개
당원만 9500만 명, 소련이 무너질 때도 끄덕 없이 100년 동안 중국 공산당은 일당체제를 유지, 건재함을 과시하며 중국 성장을 추동했다. 오는 10월 열리는 제20차 중국 당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시진핑의 장기집권을 가능케하는 힘은 무엇인지 관심사다. 중국전문가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교수는 바로 중국 공산당을 지목한다.
문제는 공산당 운영이 워낙 비밀스럽고 복잡해 외부인으로서는 그 실체를 알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는 30년간 중국 정치를 연구해온 조 교수의 숙제이기도 했다.
‘중국의 통치체제’(전2권)는 오랜 숙제의 과제물이다. 즉 공산당 일당 체제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중국의 통치체제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통해 실제로 중국이 움직이는 모습, 중국정치의 실제 모습을 파악한 것이다.
제1권 ‘중국의 통치 체제1’는 공산당 자체에 초점을 맞춰 공산당 일당 체제가 무엇인지, 구조를 명확히 밝힌다. 공산당 일당 체제는 공산당과 국가가 인적·조직적으로 결합해 있고, 실제 정치 과정에서 입법, 사법, 행정 등 국가를 통치할 뿐만 아니라 전 사회와 개인도 영도한다. 즉 공산당 영도 체제다. 공산당 당의 헌법인 당장은 헌법과 동등하거나 헌법보다 더 높은 정치적 권위가 있는 최고 법규 중 하나다. 가령 법률과 당규를 적용할 때 공산당 간부에게는 당장이 헌법에 우선한다.
저자는 공산당 영도 체제와 국가 헌정 체제를 따로 본다. 국가 헌정 체제는 헌법에 근거한 정치 체제로 중국의 정치학 교과서는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정치 체제를 현실에서 실제로 운영되는 정치 체제인양 설명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또한 국가 헌정 체제의 의미가 법치와 개인의 자유를 우선하는 민주주의 입헌주의와 엄연히 다름을 강조한다. 중국에는 헌법에 근거한 정치 체제는 있지만 입헌주의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국가 헌정 체제가 보장하는 개인의 기본권은 현실에서 공산당 영도 체제에 눌려 실제로는 보장 받지 못한다.
특히 공산당이 절대 영도를 실행하는 분야가 있다. 무장역량 즉 군·경찰과 정법기관 즉 사법기관과 공안·정보 기관 등은 공산당만이 통치 영도할 수 있다. 정법기관 절대영도는 시진핑 시기에 새롭게 나타난 것이다.
저자는 현실에서 공산당 영도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세 가지 필수 요소로 공산당 영도 원칙, 조직과 당원, 공산당 통제 기제를 제시한다. 영도 원칙 중 눈여겨 볼 만한 게 민주집중제 원칙으로, 네 개의 복종을 강조한다. 이 중 전 당원과 조직은 당 중앙에 복종해야 한다는 복종의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
공산당 통제 기제는 영도 체제를 지탱해주는 조직 ·기구 제도의 총합으로, 인사· 조직· 사상· 무력· 경제 등 다섯가지 통제 기제를 통해 국가와 사회, 개인을 통치하고 영도한다. 즉 이 통제 기제는 공산당이 중국에서 유일한 집권당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핵심 수단이다. 바꿔 말하면 현재 공산당이 집권당으로 활동할 수 있는 건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제2권에서 공산당이 국가를 통치하고 사회와 개인을 영도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제도, 소위 통제 기제를 자세히 분석한다.
공산당의 인사 통제는 공산당이 주요 간부에 대한 인사권을 독점하는 것이다. 공산당만이 간부를 관리한다는 원칙, 즉 ‘당관간부’ 원칙이다. 저자는 이 원칙은 앞으로도 굳건히 지켜질 것으로 본다. 이 원칙의 포기는 곧 권력의 포기로, “중국의 민주화란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공산당이 장악한 간부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공산당의 각종 조직에 대한 통제는 매우 중요하고 철저하게 이뤄진다. 2000년대 들어 민영기업과 비정부조직 등 신생 사회세력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이들이 공산당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이기 때문이다. 민주화의 진지이자 선봉대 역할을 하는 대학 역시 철저한 관리의 대상이다.
저자는 중국 공산당이 조직체계를 갖추고 실제로 잘 운용하고 있어 공산당 영도 체제에 도전하는 세력이나 조직이 앞으로 당분간은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사상통제는 국민의 생활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특히 모든 언론은 중대한 사안 뿐 아니라 사소하고 일상적인 내용에도 보도지침을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부패 사건은 공산당의 부패 척결 의지를 보도해야지 부패의 심각성을 보도해선 안된다. 살인 보도는 적게 하고 사건의 상세 내용은 금물이다. 대형 화재나 철도 탈선 등 인재사건을 다룰 때도 대중의 분노를 자극해선 안된다. 복권당첨이나 고소득자의 사치 낭비도 과도하게 보도해선 안된다.
공산당 영도 원칙은 마오쩌둥 시대에 헌법으로 규정했지만 덩샤오핑은 이 조항을 삭제했다. 시진핑은 이를 다시 헌법에 넣었다.
저자는 공산당원이 시기별로 얼마나 늘어났고 나이, 직업, 학력, 성별, 민족 구성은 어떻게 변했으며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당원의 충원과 일상 활동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자세히 살핀다.
책은 지금까지 나온 중국 연구서와 차별화된다. 중국의 국가구조에 대한 제대로된 이해 없이 권력자를 조명해온 것과 달리 중국의 절대적이고 실질적인 권력인 공산당의 조직과 매커니즘,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명쾌히 보여줌으로써 안개가 걷힌 듯 밝은 시야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중국의 통치체제1,2/조영남 지음/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