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심, 조만간 규제지역 추가 해제 여부 판단할 듯

인천·부산·세종 등 국토부에 규제지역 해제 공식요청

전문가, 광범위한 해제보단 핀셋 조정 가능성 무게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잇단 금리 인상으로 집값 급속 하락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부동산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해제 카드를 재차 꺼내 들고, 그 대상을 대폭 확대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전국 곳곳에서는 “최소한 규제지역이라도 풀어 거래 숨통을 틔워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20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열고 올해 들어 두 번째 규제지역 지정·해제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규제 풀린 대구도 처참한데”…규제지역 해제 목소리 커진다 [부동산360]
서울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붙은 매물. [연합]

주정심은 통상 6개월에 1번씩 연 2회 열리는데, 정부는 하반기 주정심의 조기 개최 가능성을 수차례 언급해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는 부분에 대해 우선 필요하면 더 해제할 것”이라고 했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지난 6월 1차 규제지역 해제는 미흡했다”면서 필요하면 연말 이전에도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 열린 주정심에서 규제지역 해제 대상에서 빠진 지역들은 ‘이번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분위기다. 최근 부산시, 세종시, 경남 창원시, 충북 청주시, 충남 천안·공주·논산시, 전북 전주시 등은 국토부에 규제지역 추가 해제를 공식 요청했다. 수도권에 속하는 인천과 경기 동두천시, 양주시 등은 시 의회에서 규제지역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극심한 거래빙하기를 뚫기 위해 최소한 규제지역이라도 풀어달라는 게 이들 지자체의 주장이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은 물론 세제, 청약 등 전방위적인 규제의 부담을 덜게 된다.

이들 지역은 최근 집값이 내려가거나 상승세가 둔화하는 동안 소비자물가지수가 큰 폭으로 올라 규제지역 해제를 위한 정량적 공통요건(직전 3개월 집값이 해당 지역 물가상승률의 1.3배·1.5배 이하)은 충족한 상태다. 선택요건인 청약경쟁률, 분양권 전매거래량, 주택보급률, 자가주택비율 등도 1가지 이상 맞춘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과 더불어 유일한 지방권 투기과열지구로 남은 세종시의 해제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정심은 지난 6월 수도권에 대해 집값 상승의 불씨가 남은 데다 미분양주택이 많지 않다는 점, 세종시의 경우 정량적 요건 충족에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나타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규제지역 지정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올 들어 집값이 하향 안정화된 사이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정량적인 해제 요건은 충족했으나, 이번에도 정성적 요인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정량적 기준이 해제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시장 과열 우려가 여전하다는 정성적 평가가 이뤄지면 해제가 보류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광범위한 해제보다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핀셋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대체로 무게를 실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정부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는 손대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런 와중에 규제지역을 대거 풀어주면 사실상 우회적으로 규제 완화를 해주는 우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현 대응 속도나 방침으로 볼 때 대대적인 해제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수도권을 풀어주더라도 경기·인천 외곽에 그치거나 조정대상지역을 그대로 두고 투기과열지구만 걷어내는 게 그나마 진일보한 방안이 될 것”이라며 “여전히 금리 인상 일정이 남아있는 만큼 주택시장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규제지역 지정 자체가 대출, 세제, 청약뿐만 아니라 거래 과정, 정비사업 등 지나치게 많은 규제를 포괄하는 만큼 근본적으로 규제지역 제도 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지역 지정·해제에 나설 때마다 ‘사실이 맞느냐’며 문의 전화가 밀려오는데, 그만큼 업계나 수요자들이 민감하게 보는 사안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공감하지만,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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