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부회장 지시로 발족한 KAM
통합대응 방식으로 확대개편
영업 외 담당자도 TF팀 형식으로 참여
“고객이 느끼는 품질경쟁력 제고 이끌 것”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LG화학이 신학철 대표이사 부회장 주도로 고객중심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관련 전담조직을 확대·보강하는 것을 시작으로 회사의 업무방식과 구성원들의 체질을 모두 고객 관점으로 전환화겠다는 목표다. 이는 위기에도 생존할 수 있는 토대가 고객친화 기조에 있다는 신 부회장의 경영철학에 기반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주요 고객사를 전담하는 조직인 KAM(Key Account Management)을 보강, 통합대응(cross-functional) 방식으로 확대 개편할 방침이다. KAM은 지난해 신 부회장 지시에 의해 신설된 조직으로, 고객사에게 최적의 솔루션과 가치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발족됐다.
현재 20여개의 KAM 조직에서 수백명의 고객 담당자들이 영업활동과 고객정보관리, 고객경험관리, 사업기회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종전에는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영업 담당자들로만 이뤄졌지만 이달부터는 추진과제에 따라 품질, 소재개발 등 여러 부문의 담당자들이 태스크포스(TF)팀 형식으로 합류하고 있다. 고객의 문제 사항에 민첩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또 KAM의 단위 조직당 사업부장과 사업담당을 후원자(sponsor)로 지정, 상위관리자가 직접 책임감 있게 고객을 지원하도록 했다. LG화학은 KAM 조직의 역할을 더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LG화학은 작년 사내 ‘고객가치 대상’을 신설한 이래 매월 고객을 감동시킨 사례를 발굴, 구성원들에게 공유하고 있다. 전사 임직원을 대상이며, 총상금 규모는 1억원이다. LG화학은 그동안 연구·개발·기술 등에서 성과를 보인 구성원들에게 포상을 진행했지만 고객가치를 시상 부문으로 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고충)’ 해결에도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신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벨크로(찍찍이) 하나로 50개가 넘는 고객사 공장들의 안전을 강화한 것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한 고객사는 원료를 저장탑(사일로) 투입시 포장백 하부에 묻은 이물질로 애로를 겪었다. 이물질이 원료에 섞이며 품질 불량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고객사는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포장백을 들어 올려 일일이 에어건으로 털어내야 했다. 이에 LG화학 담당자는 포장백 아래에 탈부착이 가능한 오염방지 패드를 씌우는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이는 곧바로 적용됐다. LG화학은 50개가 넘는 다른 고객사 공장에도 찍찍이 패드를 확산 적용하기로 했다.
고객의 새제품 개발도 지원했다. LG화학 담당자는 가전 포장재 시장에 진출을 고민하던 포장용 필름 제조 고객사에 원자재 분석 데이터를 제공했다. 고객사에 원자재 관련 세미나와 기술 미팅도 진행했고 제품 테스트에도 동참했다. 이에 개선점에 대한 솔루션을 찾게 됐고 이 회사는 해당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신 부회장은 “지경학적(geo-economics) 갈등 고조 등 경영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위기 극복의 실마리는 고객에게 있다”며 “내부 구성원들이 일하는 방식부터 고객의 관점에 맞추고, ‘고객이 느끼는 품질 경쟁력(Quality Felt by Customer)’을 높일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