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제도는 가장 가까운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에서 약 1000킬로미터나 떨어진 남태평양에 위치한 절해고도로 다윈이 생명 역사에 혁명을 일으킨 진화론의 무대이다. 은유적으로는 세상과 단절된 환경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한 결과 막다른 길에 들어선, 즉 세상과 동떨어진 시스템을 말할 때 종종 쓴다.

오랫동안 주목을 받아왔지만 갈라파고스는 여전히 수많은 의문점을 안고 있다. 수백 만년 전, 혹은 수십 만 년 전 화산의 융기로 형성된, 물도 없었을 신생 화산섬에 생물들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여전히 미스터리다.

갈라파고스땅 거북은 등딱지 길이가 1미터, 몸무게가 수백 킬로그램이나 나간다. 이런 거대 땅거북은 대륙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헤엄치지 못하는 거북은 어찌됐든 대륙으로부터 기적적으로 착륙, 생존해나가며 거대 거북으로 진화했다. 육지와 바다로 나뉘어 서식하게 된 이구아나들, 날기 위한 날개를 포기한 갈라파고스 가마우지, 각 섬에서 독자적인 생활양식과 그에 걸맞는 부리를 갖게 된 핀치 등 수수께끼는 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일본의 저명한 분자생물학자인 후쿠오카 신이치 교수는 ‘생명해류’(은행나무)에서 다윈의 비글호의 자취를 따라 다윈이 본 것을 순서대로 간접 체험하면서 갈라파고스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신이치 일행은 1835년 다윈의 비글호가 기항한 플로레아나 섬에서 항로를 시작한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만난 바다이구아나는 갈라파고스에만 서식하는데 엄청난 수가 무리지어 산다. 이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바다 및 바위에 붙은 해조를 뜯어 먹는 바다이구아나와 달리 육지에 서식하며 선인장이나 풀을 먹는 육지이구아나가 이사벨라섬에 있다. 먼 옛날 갈라파고스에 떠내려와 각자의 생태적 지위를 찾아 생활양식이 점차 나뉜 것으로 짐작된다.

신이치는 생명의 불모지와 같았던 화산섬 갈라파고스가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를 생명의 이타성에서 찾는다. 끓어오르던 용암이 식은 바위섬에 먼저 뿌리를 내린 건 극소량의 빗물과 습도, 태양광선만으로도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용암선인장 씨앗이었을 것이다. 갈매기 똥에 섞여 들어온 선인장 씨앗은 발아해 물을 저장하고 광합성을 하고, 열매를 맺고 유기물을 합성, 대지에 떨어뜨린다. 이때 식물은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의 양분만 합성하는 것이 아닌 언제나 조금 더 많이 활동하며 다른 생명을 길러낼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 즉 이타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그렇게 용암선인장은 ‘다윈의 관목’같은 키 작은 관목류가 곳곳에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관목류는 또 다른 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 이렇게 형성된 다양한 식물상은 곤충과 동물들을 불러들여 진화를 거듭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게 된다.

신이치는 플로레아섬과 갈라파고스 최대의 섬인 이사벨라섬, 다윈이 얼마동안 텐트생활을 한 산티아고 섬을 탐색하며, 판구조론에 따른 갈라파고스 제도의 생성과정 및 생물들의 이동을 설명한 천연 뗏목 가설, 갈라파고스 생물들이 인간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유 등을 설명해나간다.

특히 좁은 배 안에서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을 쓰고 파도를 읽고 웨트 랜딩하며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바닷 속 생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하며, 그의 철학적 화두이기도 한 파시스(자연)와 로고스(이성)에 대한 생각들을 펼쳐가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생명해류/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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