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집 안사’…아파트값 줄줄이 내림세
전국 아파트값 10년 2개월 만에 낙폭 최대
“급매물 위주 간헐적 거래, 시세로 인식돼”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전국 아파트 시장에서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였던 전북·강원마저 마이너스 전환하면서 17개 시·도의 아파트값 동반 하락세가 본격화했다. 잇단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전국적으로 ‘집을 안 사는’ 분위기가 굳어지면서 곳곳의 아파트값 내림세도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29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0.15% 하락해 전주(-0.14%)보다 하락폭을 확대했다. 이는 2012년 7월 9일(-0.16%) 이후 약 10년 2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최근 4주 연속 이어진 내림폭 확대 추세를 고려하면, 조만간 부동산원 통계 작성 이래(2012년 5월) 최대 하락폭이 찍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주 17개 시·도 아파트값은 일제히 하락했다. 이는 부동산원이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유일하게 오름세로 버텼던 전북·강원조차 매수세 위축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전북은 지난주 0.02%에서 이번 주 -0.01%로, 강원은 0.01%에서 -0.02%로 각각 하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북의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보인 건 2020년 6월 1일(-0.02%) 이후 약 2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8주 연속 낙폭을 키우면서 0.20% 떨어졌다. 2012년 9월 10일 조사(-0.22%)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린 것이다. 서울(-0.11→-0.13%)과 경기(-0.20→-0.21%), 인천(-0.26→-0.29%)이 동시에 하락폭을 확대하면서 수도권 전체를 끌어내렸다.
이번 주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내린 지역은 세종(-0.41%)이었고, 경기 양주·광주(-0.38%), 인천 연수구(-0.37%), 대구 달서구(-0.35%), 화성(-0.34%), 광명(-0.33%), 대구 수성구·의왕·수원 영통구(-0.32%)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행의 사상 첫 기준금리 4회 연속 인상에 더해 추가 인상 움직임으로 집값이 더 내릴 수 있는 우려가 시장에 확산하고 있다고 부동산원은 진단했다. 이에 따라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거래가뭄이 장기화하고 있으며, 급매물 위주의 간헐적 거래가 시세로 인식되는 분위기도 생기고 있다는 게 부동산원의 분석이다. 아파트 시장 내 매수심리를 반영하는 매매수급지수는 전국 기준 87.2로, 지난 2019년 11월 4일(86.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최근에는 매물을 내놔도 거래가 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거래 관망세와 주택거래 감소가 동반된 약세장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