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파현상 등 이상기후 지구 곳곳 발견
탄소 감축에도 온도 급상승 억제 불가
‘한계선’ 하나 붕괴땐 다른것도 급격 위험
에너지·토지·식량 등 행동 규범 제시
음식쓰레기·소비 ‘건강다이어트’필수
인종·성별 불평등 해소는 모두의 과제
“2018년 8월6일 어느 시점에, 우리는 티핑 포인트를 지나쳤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것이 지구 생태계 전체의 티핑 포인트는 아니라는 점이다.”
2018년 여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북반구 전체가 사상 유례 없는 열파에 허덕였다.스웨덴은 5월 초에 시작된 여름이 9월 말에 끝났는데 지하수가 말라 심각한 물 부족 사태가 일어났다. 숲도 바짝 말라 산불도 자주 일어났다. 이런 열파 현상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해 8월1일, 서울 39.6℃, 강원 홍천 41.0℃라는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지구과학자 요한 록스트룀은 당시 미국립과학원회보에 ‘열실지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은 건 당연하다.
록스트룀에 따르면, 모든 국가가 약속했던 탄소배출을 열심히 지켜 감축에 성공, 지구 온난화를 3도 상승으로 묶더라도 이미 배출한 온실 기체의 영향으로 지구 온도는 급상승하는 걸 멈추지 않는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적정 농도는 350ppm이하이다. 1987년에 이미 이 선을 넘겼고, 2020년에 415ppm선도 지나쳤다. 지구가 300만 년 동안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이다. 지구 생태계 환경에 최적화된 대기 환경이 점점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있다.
2009년 지구위험한계선이란 개념을 제시한 록스트룀은 지구를 구하기 위한 시간은 10년, 길어야 20년이라며,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록스트룀은 기후변화를 측정하는 인류세 방정식을 제시한 오웬 가프니와의 공저 ‘DK 브레이킹 바운더리스’(사이언스북스)에서 인류의 생존을 지탱해주는 지구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6가지 시스템, 즉 에너지, 토지와 식량, 불평등, 도시화, 인구와 보건, 기술 분야의 행동 규범을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기후회복을 위한 첫 번째 전환 분야는 에너지로, 저자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 비중이 높아지고 경제적이 돼가는 데 긍정적 변화를 읽어낸다. 2050년 탄
탄소중립은 2049년까지 이대로 살다가 막판에 놀라운 기술개발로 도달하는 게 아니라 10년마다 절반씩 감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탄소의 법칙을 제시한다.
식량 생산 방식은 지구 위험 한계선을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물의 사용과 비료 등에 의한 땅의 건강, 대기 오염과 강우량 등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식량 생산 뿐 아니라 이를 가공해 식재료로 만들고 음식을 소비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비료나 사료에 들어있는 대부분의 물질은 고스란히 도시로 옮겨가 소비되고 결국 음식물 쓰레기와 배설물이 돼 하수 처리장으로 모인다. 너무 많은 영양소가 환경에 노출되면서 강과 바다의 부영양화가 심각해진다.
전 세계 인구는 2050년 즈음 약 1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나 식량 생산은 10퍼센트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에 따라서는 50퍼센트까지 줄 수 있다.
식량 확보와 환경 보호의 딜레마에 대한 해법은 지구를 위한 건강한 다이어트다. 음식 쓰레기를 줄여 식재료에서 최종 소비에 이르기까지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 방법을 개발하고 비료 같은 신물질 사용을 최소화해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채식 위주 식사에 가끔 육류를 섭취하는 플레시테리언 다이어트도 권장된다. 구체적으로 육류나 어류를 매주 5끼 이하로 섭취하고 감자와 카사바, 각종 유제품과 소금 등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것은 지구 위험 한계선을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정치·경제적 해법이다. 가난한 국가들은 사회구조가 매우 취약해 기상 이변과 같은 여러 외적 상황에서 피해가 크다. 식량 부족은 불평등을 증폭시키는 핵심요소이다. 불평등은 빈곤층에게 더 고통을 가중시킨다. 소득격차를 줄이는 등 불평등을 전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외 인종이나 성별에 따른 불평등 해소는 현재와 미래 세대, 모두의 과제다.
무분별한 확장이나 성장 대신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도시 시스템, 교통 체계 구축과 자원의 순환· 재생은 거대 생명체로서 미래 도시가 사는 법이다. 공중 보건 역시 코로나19 사례에 보듯 인류의 소중한 자산으로 신속한 투자와 개선이 필요하다.
책에는 록스트룀을 유명하게 만든 지구 위험 한계선 개념이 자주 등장한다. 이 한계선은 우리 생존의 전제 조건이자 인류가 욕망을 추구하며 살 수 있는 상한선, 우리 행성이 우리의 활동을 참아 줄 경계선이다. 바다, 토양과 담수, 해류와 빙상 등 하나의 한계선이 붕괴하면 다른 것들도 급격히 위험해진다.
저자는 이 한계선은 안전 지대가 어디까지인지 알려 줄 뿐이라며, 미래 세대의 행복을 위해 친환경 경제구조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즉 자원을 재생· 재활용·재순환하고 지구 생태계의 희생을 강요하는 현재의 경제 성장 방식 대신 지식 정보, 디지털, 서비스, 공유 경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저자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금이 변화를 위한 사회적 티핑포인트임을 강조한다.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 지 알려주는 슬기로운 지구 생활 지침서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DK 브레이킹 바운더리스/요한 록스트룀, 오웬 가프니 지음, 전병옥 옮김/사이언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