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세대는 직장 철새?…증거 없어

캥거루족, 자립심 부족? 집값 때문!

중장년층도 ‘윤리적 소비’ 관심 많아

베이비부머·X세대·밀레니얼세대

300만 실증 데이터 기반 ‘세대분석’

[북적book적]요즘 애들은? 어른들은?…당신의 생각은 틀렸다
‘새롭게 부상하는 ‘사회 정의의 투사들’은 자신들이 ‘깨어있음의 전쟁’에 직면하고 있다고 여긴다. 베이비무머는 이기적인 소시오패스이고,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애에 빠진 나약한 공상가다.(…)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사실일까?’(‘세대 감각’에서)

‘요즘 젊은 세대는 직장 충성도가 낫다’‘연봉 따라 철새처럼 이동한다’.

주변에서 흔히 듣게 되는 말이다. 과연 그런가?

영국 싱크탱크 레졸루션재단이 노동시장 실태를 조사한 2017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젊은 세대의 자발적 이직률은 기성세대가 사회초년생이었을 때보다 오히려 20~25퍼센트 낮았다. 세계 경제 불황으로 안정된 일자리가 줄어든 때문이다. 이는 2020년 월스트리트저널이 퓨리서치센터의 분석을 바탕으로 보도한 내용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X세대보다 더 빨리 직장을 옮긴다는 통념은 증거가 없다.”

[북적book적]요즘 애들은? 어른들은?…당신의 생각은 틀렸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세대 분석가’로 통하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바비 더피 교수는 300만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쓴 ‘세대감각’(어크로스)에서 세대적 특성으로 불리는 여러 평가들이 사실과 다르다며, ‘세대감각’이 오염됐다고 지적한다. 출생시점만을 기준으로 삼아 재단하는 세대 규정이 편견과 고정관념을 증폭시키며 특히 사회변화의 진짜 중요한 신호들을 놓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는 우려를 나타낸다.

가령 요즘 젊은이들은 끈기와 신의가 부족하다는 평가는 이들이 겪고 있는 노동시장의 변동 및 직업 안정성 문제를 덮어버린다.

가장 첨예한 사회적 이슈인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주택가격 상승은 많은 사람들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한국의 경우 아파트는 지난 3년간 세 배가 올랐다. 아일랜드,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도 2배 이상 올랐다. 미국에서 중위 월급을 받는 사람이 중위 주택을 구입하는 데 필요한 20퍼센트의 자기부담금을 저축하려면 14년, 샌프란시스코와 LA같은 도시는 40년이 걸린다. 젊은 세대들이 주택소유를 고려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1984년 영국에서 평균적인 베이비부머가 20대일 때 그들 세대의 3분의2는 이미 자기 집을 갖고 있었다. 2001년 X세대는 59퍼센트가, 2016년 20대 후반의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보유자는 37퍼센트로 낮아졌다.

그 결과, 많은 젊은이들이 부모에게 얹혀 사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이들을 캥거루족으로 부르며 자립심 부족으로 몰고 가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젊은 세대를 위한 주택정책을 정교하게 짜는 게 우선이다.

그런가 하면 젊은층은 중장년층이 환경 같은 미래 이슈에 관심이 적다고 여긴다. 이 통념 역시 사실과 다르다. 환경 문제를 포함, ‘윤리적 소비’의 비율을 세대별로 추적한 한 글로벌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층과 젊은층은 차이가 별로 없다. 오히려 X세대가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 나이였을 때 윤리적 소비를 더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대립적 시각은 착시를 갖게 한다. 즉 젊은세대가 기후변화를 멈추는 행동에서 큰 진전을 이뤄내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중장년 세대가 실천하고 있는 환경보호 행동을 폄훼하게 만든다.

저자는 세대간 갈등을 낳고 있다고 보여지는 자산과 주거, 교육과 노동, 행복, 건강,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세대문제의 겉과 속을 찬찬히 살피며, 세대 분리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을 보고한다.

자산 차이는 데이터로 확인된다. 미국의 경우 X세대는 45~49세에 베이비부머보다 실질소득이 5퍼센트 낮았고, 밀레니얼 세대는 30~34세에 X세대보다 5퍼센트 낮은 수입을 올렸다.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자녀세대라는 말 그대로다. 당연히 소비격차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한 집단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하고 사회 계약 전체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물질주의적이라는 서사는 어떤가. 저자는 오히려 X세대가 소비지상주의이고 밀레니얼은 이를 고수하는 입장이란 분석이다. 밀레니얼 세대처럼 재정적 전망이 어두워질 때 돈에 주의를 기울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자원이 부족해지면 당면한 목표가 지엽적 목표보다 우선하는 결핍의식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결핍으로 인해 자동적으로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지향하게 된다.

이 외에도 더피 교수는 코로나 19가 고립감과 외로움 등 정신 건강에 미친 영향, 결혼율과 이혼율, 충생률 등 개인 생애 주기에서 발견되는 변화, 젠더 의식 등 사회의식의 변화, 세대 대결로 번지는 정치문화 현실 등을 두루 조망한다.

그렇다면 세대 분석이 왜 중요할까?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세대 인식은 격동의 시대일수록 더 예민하다. 칼 만하임은 각 세대는 공통적이고 종종 충격적인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사회적 정체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가치체계와 행동방식이 젊은 시절 형성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 시기에 중요한 사건들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훨씬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세대가 각기 다른 맥락에서 형성되고 삶에 대해 다른 전망을 갖게 되면 세대 간 결합은 점점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경제 발전의 불안, 환경적 위협, 기술 변화의 속도 등은 세대간 유대를 깨트리는 요인이다.

“세대 간의 진정한 차이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않고서는 전체로서 사회가 미래에 어떻게 변화할지 이해할 방법이 없다.”는 저자의 목소리는 울림이 크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세대감각/바비 더피 지음, 이영래 옮김/어크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