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경영하라(이준기 지음,인플루엔셜)=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는 보는 모든 것을 사진처럼 기억한다. 몇 페이지 몇 째줄에 있는 내용을 기억하는 천재다. 우영우가 AI변호사와 겨룬다면 어떨까? 최근 법률자동화회사 로긱스가 개발한 인공지능시스템이 20명의 변호사들과 대결해 큰 차로 승리했다. 과제는 다섯 개의 비공개 협약서에서 문제가 될 만한 법률 이슈 30개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AI가 기계적인 단순작업 외에 전문가의 영역까지 장악하게 될까? 국내 최고의 디지털 전략 전문가로 통하는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으로 대변환을 맞고 있는 시대에, 인공지능과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미국 방사선학 저널에 소개된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이다. 손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뼈 나이를 맞히는 것으로, 인공지능의 정확도는 69퍼센트, 전문의의 정확도는 63퍼센트, 수련의의 정확도는 49.5퍼센트로 나타났다. 시사적인 건 두 번째 실험이다. 의사들에게 인공지능이 판단한 것을 보고 최종적으로 예측하게 했더니 전문의의 정확도는 72.5퍼센트까지 올라갔다. 디지털화와 함께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책은 ‘21세기 원유’로 불리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올바로 이해하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원리부터 적용까지 실용적 지침을 아마존, 구글, 테슬라 등 다양한 사례를 들어 쉽게 풀어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도입하며 겪은 실패 및 성공 사례를 담아내 인공지능과의 이상적인 협업 모델을 제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성냥과 버섯구름(오애리·구정은 지음, 학고재)=모바일의 이동성을 완성시키는 건 배터리다.그런데 고대에도 배터리가 있었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때문에 벨기에 레오폴트2세의 동상이 훼손됐다? 얼핏 뜬금없어 보이는 시공을 달리한 사건이 사실은 연결돼 있다는 건 흥미롭다. ‘콩고의 학살자’로 불리는 벨기에 레오폴트2세는 식민지 콩고의 원주민들에게 고무 채취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손을 자르는 잔학 행위를 일삼았다. 그런 채찍과 고문 등 콩고인의 희생 덕에 벨기에의 고무 생산량은 1890년 100톤에서 1901년에는 6,000톤에 달할 정도로 폭증하고, 엄청난 부를 축적, 수많은 건축물을 세우는데, 그 배경에 1800년대 말 유럽에서의 자전거 대중화가 있다.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폭발한 인종차별 반대론자들이 왕의 동상을 가만두지 않았다. 세계사의 이면의 연결성을 살핀 책은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내 일상에, 고대의 문명이 현대의 야만으로 나타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한 코로 꿰어낸다. 얼마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 민간인 공격에 쓰인 금지 무기 백린탄은 동화 속 성냥팔이 소녀의 그 성냥으로도 쓰였다. 성냥이 대량 생산되면서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유럽과 미국의 성냥 공장 노동자들은 백린 독성 때문에 턱뼈가 변형되는 장애를 떠안았다. 기술 혁신의 이면에는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말라리아 백신도 마찬가지다. 30년간 국제뉴스를 다루면서 세계적인 사건들을 세심히 살펴온 저자들이 놓은 연결고리는 역사와 세상을 이해하는 따뜻한 공감을 일으킨다.

▶지그문트 바우만(이자벨라 바그너 지음, 김정아 옮김, 북스힐)=‘유동하는 근대’라는 개념으로 현대 서구사회의 역동적이며 불안정한 삶을 설명해온 바우만의 최초 전기, 특히 포스트모던 시대 사상적 토대를 제공한 바우만은 세계화와 근대성, 신식민주의와 이주, 소비주의와 상품화에 관한 책들을 꾸준히 발표한 시대의 지성, 아이콘이다. 유대인 출신이었던 그는 평생 두 번의 난민 생활을 했다. 사회가 민족을 구분하는 행위, 개인에게서 주체성과 자율권을 앗아가는 극단 경험을 겪으며 그는 여러 체제 안에서 투쟁하는 삶을 살았다. 저자에 따르면 바우만의 주요 지식 활동은 폴란드, 영국, 국제 시기 등 셋으로 나뉜다. 폴란드 시기, 사회학자로서 바우만은 학문 전통의 다양성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교조적 마르크스주의 접근법에 반대했다. 1971년 영국 정착 이후엔 현대성과 홀로코스트간의 연관성, 근대성과 탈근대성에 주력했다, 2000년에 나온 ‘액체근대’는 바우만의 사회변화 분석이론을 통합한 걸작으로 꼽힌다. 바우만의 통찰은 몸소 겪은 역사적 경험에서 나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쟁 전 차별, 2차 세계대전과 나치 점령과 피난, 폴란드군 입대, 스탈린주의 시절과 해빙기 대학 교육자, 1968년 반유대주의 숙청, 이스라엘 강제 이주 등 파란만장하다. 저자는 바우만의 삶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고 왜곡되기까지 했다고 강조한다. 바우만의 기록물 보관소 문서를 비롯, 개인기록물까지 꼼꼼하게 챙겨 인생 궤적안에서 사건과 지적 활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했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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