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7일 박람회 유치계획서 제출 마감
기업들, 각국 국왕·대통령·장차관 등 해외 주요인사 만나 지원 당부
사우디 등 유치경쟁 심화 전망, 기업 중심 전략 추진할 예정
최태원 회장 경쟁 PT 나설 것으로 보여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내달 7일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계획서 제출 마감을 20일을 앞둔 가운데 기업들이 민관 공동유치위 출범 이후 지난 1개월 여 동안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전세계 약 40개국에서 유치 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주요 인사들을 만나 지지를 당부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포스코 등 주요 그룹이 유치 지원활동을 벌인 국가는 모두 38개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최근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레소토 등에 이어 스웨덴을 방문하며 유치 지원 활동을 펼쳤다. 한 부회장은 안나 할베리 스웨덴 외교부 통상장관, 렛시에 3세 레소토 국왕과 마체포 몰리세 라마코에 외교국제관계부 장관, 이브라힘 파텔 남아공 통상산업부 장관 등을 만났다. 주요 도시에선 부산엑스포를 알리는 현지 옥외광고도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 부회장이 마르셀로 에브라브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을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노태문 사장(MX사업부장)도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 보 반 트엉 베트남 공산당 상임 서기, 카르멘 베르가라 파나마 투자진흥청장을 만나 부산엑스포 개최 지지를 요청했다. 이재승 사장(생활가전사업부장)은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교부장관을 만났다. 캄보디아·라오스에선 태권도로 부산엑스포를 홍보했고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 정상회의’가 열리는 피지 수바에서도 홍보활동을 벌였다.
이밖에 삼성전기는 최근 장덕현 사장이 알프레도 파스쿠알 필리핀 산업부 장관을 만나 유치활동을 벌였고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도 페테르 씨야르토 헝가리 외교부 장관을 만났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민간 공동위원장까지 맡으며 유치 전면에 서고 있다. 6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함께한 최 회장은 직후 일본으로 날아가 경제인들을 만나 지지를 당부하고 지난달엔 벨기에에서 유치활동을 벌였다.
‘WE(World Expo)TF’를 구성한 SK그룹은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파견해 피지, 사모아, 투발루, 나우루, 솔로몬제도, 마셜제도, 바누아투, 팔라우, 통가 등 PIF 정상회의 참석 국가들을 중심으로 유치지원을 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도 폴란드 발데마르 부다 경제개발기술부 장관을 만나 지지를 요청했다.
현대차도 정의선 회장이 직접 조코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지지 요청을 하기도 했으며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에 브라질, 에콰도르, 코스타리카, 파라과이, 콜롬비아 등 중남미 10개국 장차관 등 고위인사를 초청해 박람회 개최지로서의 부산을 어필했다.
LG그룹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와 영국 런던 피카딜리 광장에 홍보 영상을 노출하고 프랑스 에비앙리조트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아문디에비앙챔피언십 대회에서 유치활동에 나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CGF글로벌 서밋’에서 부산박람회 소개에 나섰다.
기업들은 BIE 회원국을 대상으로 전담국가를 맡아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은 31개국, SK는 24개, 현대차는 20개, LG는 10개, 롯데 3개, 포스코 7개, 한화 3개, 현대중공업 2개, 신세계 2개국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와 3파전으로 벌어지는 이번 박람회 유치전은 사우디가 정상급 인사가 직접 나서고 자금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어 향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지지를 요청했고 방글라데시도 지지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우디가 우리나라보다 유치 과정에서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유치 역량, 인프라에 있어선 우리나라가 더 우수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반전을 기대했다.
한국은 개발도상 회원국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현지 투자와 병행하는 전략 수립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만이 할 수 있는 독자적인 전략을 구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략 실행은 유치계획서 제출 이후 본격화할 예정이다. 민간 차원에서 기업의 외교역량을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LG회장, 신동빈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은 유치위 위촉직 위원이다. 최태원 회장은 유치 경쟁이 절정으로 향하는 11월 3차 프리젠테이션이나 마지막인 내년 6월 4차 PT를 하는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차 PT를 해 3차가 유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3, 4차 경쟁 PT가 제일 중요하다”며 유치 전략과 관련해 “기업 지원과 같은 우리만의 무기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