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청 노사 4자회담 진행
노조, 임금 30% 인상안 재고수
부제소합의 추가로 셈법 더 복잡해져
23일 휴가 전 최후 줄다리기
무산시 공권력투입 가능성도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지난 19일 정부 장관들의 현장 방문에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의 진화 기미기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가 임금 인상 등 기존 요구에 이어 부(不)제소합의(분쟁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까지 추가로 제안하면서 노사간 교섭 셈법이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하계휴가가 시작되는 오는 23일 이전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업이 초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이전까지 양측의 최후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고, 합의 무산시 공권력 투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번 파업을 두고 원하청 노사가 참여하는 4자 회담이 진행 중이다. 하청노조가 강력 요구했던 임금 30% 인상안의 경우 노조가 협상 과정에서 한 때 인상률을 10%로 낮출 수 있다는 의향을 보였지만, 다시 30%안을 재고수하기로 하면서 양측 평행선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노조 전임자 인정, 상여금 300% 인상, 단체교섭 허용, 사무실 제공 등 다른 요구안에 대한 합의도 말끔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노조가 부제소합의까지 주장하면서 협상 실마리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현재 이번 파업에 따른 유무형 피해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노조 입장에서는 요구안을 모두 관철한다 하더라도 이후 손해배상 및 형사처벌 등의 후폭풍이 어마어마할 수 있다. 이에 사전에 소 제기를 원천봉쇄하려는 것인데, 대우조선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과거에도 노조의 부제소합의 제안을 수용해왔지만 이후 불법 행위가 더 증가했고, 결과적으로 이번 파업의 단초로까지 작용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어서다. 또 소 제기를 안할 경우 대우조선 경영진은 주주들로부터 배임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높다.
이런 가운데 하청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이날 총파업에 돌입했다. 회사 측은 이를 동력으로 하청노조가 더 강경 태세로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에 사측이 응하지 않으면 총파업을 (대우조선 파업이 진행 중인) 거제와 연결하는 것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대우조선 원청 노조는 금속노조 탈퇴 절차를 밟고 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오는 21일부터 22일까지 조직형태 변경을 안건으로 하는 총회를 연다. 앞서 대우조선지회 전체의 41%에 이르는 조합원 1970여명은 조직 형태 변경 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서명을 지회에 냈다. 하청노조의 파업 사태 해결에 금속노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가입 유지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입장에서다. 총회에서 재적 인원의 과반이 투표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금속노조 탈퇴가 결정된다. 탈퇴 확정시 대우조선지회는 금속노조 가입 약 4년 만에 다시 기업형 노조가 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글로벌 조선소의 수주잔량을 기준으로 한 세계 조선소 순위에서 대우조선은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이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수주물량이 많은 조선소가 노조파업으로 손발이 묶이는 초유의 사태를 안타까워하는 안팎의 목소리가 높다. 파업으로 진수(건조한 선박을 물에 띄우는 작업)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도 한국 조선업 역사상 처음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지난 19일 호소문을 통해 “기나긴 수주절벽이 지나고 2020년 4분기부터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로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가 증가하고 있다”며 “하청노조의 불법파업은 이러한 재기 몸부림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1분기 1조2455억원의 매출에도 47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에도 1조5000억원 가량의 매출이 예상되지만 13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이 날 것으로 보여 상반기에만 6000억원 가량의 마이너스 수익이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