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보는 미래
‘V3’ 개발 일화로 기술 중요성 역설
미-중 경쟁, 과학기술만이 생존전략
과감한 규제혁신과 인재양성 강조
웨이퍼 든 바이든 사진, 역사적 의미
“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을 가져야 미국도, 중국도 우리를 무시하지 못합니다.”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국회의원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대한민국이 유일하게 생존할 방법은 과학기술에 있다고 역설했다. 과학기술은 더는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죽고 사는’ 문제가 됐다며, 과감한 규제혁신과 인재양성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13일 세종시 고려대 세종캠퍼스에서 열린 헤럴드경제 ‘이노베이트코리아 2022’에서 ‘초격차 과학기술이 우리의 미래다’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서 이같이 말했다.
컴퓨터바이러스 백신 창시자이기도 한 안 의원은 강연 시작과 함께 ‘V3’ 개발 일화를 소개하며 기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V3를 만든 게 34년 전이다. 하나의 소프트웨어가 30년 이상 생명을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쓰임받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다. 요즘 IT업계는 지난 30년 중 가장 빠르게 변화를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 과학기술 분야는 과학자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와 국가 간 경쟁이 됐다. 먹고사는 문제도 아니고 재미의 문제도 아닌 국가가 죽고 사는 문제가 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던 것에 대해서도 “(새 정부 출범 전) 첫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미래 먹거리와 미래 일자리 창출에 필수적인 과학기술 분야를 (정부 과제에) 많이 포함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보였던 사진을 소개했다. 안 의원은 “21세기 가장 중요한 사진 중 하나이자 역사책에 나올 사진이 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과학기술 패권을 가진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며 국가지도자는 이러한 전선에서 가장 앞에 선 ‘사령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과감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미국과 함께 치열한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행보를 결코 가볍게 봐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안 의원은 “설마 중국이 미국을 이기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최근 과학기술 분야에서 보이고 있는 중국의 무서운 상승세를 소개했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분야의 특허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자체 기술로 만든 우주정거장도 쏘아 올릴 예정”이라며 “이미 우주 쪽에선 중국이 미국을 거의 따라잡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의 생존전략은 과학기술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 의원은 “한 마디로 초격차 과학기술을 만들어야 한다”며 “아직 우리가 뒤떨어지는 분야라면 우선 따라잡는 데에 집중하고, 지금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는 분야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투티어(two tier)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과거 박정희 정부와 김대정 정부의 사례를 들며 “새로운 일자리와 미래 먹거리는 20년 주기로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중화학공업과 선박, 철강 등의 산업을 일궈 1980~90년대에 걸쳐 20년간 먹고살았다. 김대중 정부 때 나타난 초고속인터넷과 벤처붐으로 2000년부터 2010년 대까지 20년간 IT로 먹고살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안 의원은 앞으로 초격차 과학기술 성과를 이뤄낼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세계 일류 기술을 보유한 디스플레이, 2차전지, 원자력발전, 수소, AI 반도체, 바이오산업 등을 꼽았다.
이를 위해선 인재양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능력 있는 미래산업 인재의 양성과 확보에 국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대학과 국책연구소, 기업연구소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전략적으로 필요한 분야의 인재들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강한 소신을 드러냈다. 안 의원은 “항상 규제를 지적하면서도 개선하지 못했다. 이제 규제를 없애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으로 달려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 어떤 산업, 어떤 제품,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허락한 것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 규제’로는 신산업은 만들어질 수 없다”며 “하지 말아야 할 것만 나열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창의력을 발휘하고 시도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현일·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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