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발리 카우르 자스월 지음,박원희 외 옮김, 들녘)=국내 처음 소개되는 싱가포르 출신의 여성 작가 발리 카우르 자스월의 소설. 스물두 살 인도계 여성 니키가 우연히 스토리텔링 수업 강사직을 맡으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영국 내 인도 교민 여성들로, 대부분 사별한 여성 노인, 과부들이다.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이들은 저마다 가슴 속에 품어온 성적 판타지를 이야기로 풀어놓는데, 이를 통해 삶이 변화되며 점점 선을 넘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다양한 문화권에 사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선보여온 작가는 코미디와 스릴러의 경계를 넘나들며 매혹적인 이야기를 펼쳐낸다. 수업을 듣는 여성들이 주로 영국내 인도 교민 1,2세대라는 점에서 디아스포라의 삶이라는 주제로도 연결된다. 여성으로서 겪게 되는 혐오와 위협, 페미니즘을 둘러싼 입장 차이, 전통문화와 현대문화의 간극에서 오는 세대 갈등 등이 녹아있다. 더욱이 과부들에게는 정숙된 몸가짐을 유지, 죽은 남편의 명예를 지킬 것을 요구 받는다. 또한 각종 차별과 무시는 일상적이다. 그런 과부들은 야설 클럽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솔직히 드러내며 자유를 느끼게 된다. 또한 저마다 가슴 속에 숨겨 둔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웃고 우는 가운데 하나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더 놀라운 일이 펼쳐진다.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더 당당하게 세상과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기 표현은 타인과 나아가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설은 여성 중에서도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여성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리스크 프레임(미셸 부커 지음, 신현승 옮김,미래의창)=패션 브랜든 제르미코를 만든 시카고의 디자이너 제르미코 쇼샨나는 비욘세가 뮤직비디오에서 입은 스와프아웃 후드티를 발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어린 시절, 주변에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환경에서 디자이너의 꿈을 가졌던 그는 전화회사에서 교환원으로 2년간 일하며 호텔 청구서 뒤에 옷을 디자인했다. 쓰레기통에 버렸던 스케치 더미는 포트폴리오가 돼 예술대학과 시카고대에서 장학금을 받고 디자이너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어떤 사람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가 곪아 터질 때까지 내버려두고, 또 어떤 이는 리스크를 기회로 보고 도전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극단적으로 리스크를 피한다. 이런 리스크 감수성, 감내성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면서도 그 존재를 부정해 위기를 초래하는 ‘회색 코뿔소’라는 용어를 창안한 미셸 부커는 사람들은 저마다 고유의 리스크 지문이 있다고 말한다. 각 개인은 리스크를 감내하거나 다루는 수준이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타고난 성격이나 경험, 행동 방식 뿐 아니라 개인 속한 집단, 친구나 직장동료, 이웃들의 태도와 집안의 기대 등 주변의 여러 요소도 영향을 미친다. 내가 선택한 리스크가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저자는 의사결정 과정은 모두 리스크 결정과정이라며, 리스크 렌즈를 통해 살펴볼 것을 권한다. 이를테면 현재나 미래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는 건 무엇인가? 그 위험은 무언가 성취하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등의 질문을 통해 리스크를 감내할 수준에서 도전하는 것이다. 특히 경력과 건강, 재무, 안전, 인간관계 등 여러 부문의 리스크를 최적화한 리스크 포트폴리오 제안은 솔깃하다.
▶대이동의 시대(파라그 카나 지음, 박홍경 옮김, 비즈니스맵)=기후변화와 가난과 전쟁 등 자연적·사회적 요인이 인구의 이동을 재촉하고 있는 가운데, 저명한 미래학자인 파라그 카나가 향후 20,30년 내 변화될 인류의 지도를 명쾌하게 그려냈다. 저자는 인구 통계학적 불균형, 현대화의 다양한 속도, 기후변화 및 고용 기회의 재분배 같은 다양한 이유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수십 억 인구가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선 농지가 사막화되고 경제가 파탄상태에 빠지면서 북쪽으로 이주하는 인구가 크게 증가한다. 또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에서는 해수면이 상승하고 하천이 마르면서 더 많은 인구가 탈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캐나다의 북극과 그린란드부터 러시아의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 스텝 등 이전에는 사람이 살지 않던 곳에도 이주자들이 속속 진입, 새로운 도시가 조성될 것이란 전망이다. 산업과 생태, 인구 구조, 기술 등 연쇄반응이 일어나면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는 현재 각 지역의 불균형과 모순의 결과이기도 하다. 3억 인구가 거주 중인 북미와 유럽 선진국에서의 고령화와 인프라의 노후화, 청년 인구만 20억에 달하지만 청년들이 손을 놓고 있는 라틴아메리카와 중동, 아시아, 사용하지 않는 광활한 경지를 보유한 캐나다와 러시아,가뭄으로 터전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수백만 명의 궁핍한 아프리카 농민 등이다. 저자는 이주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강조하며 이주민 동화정책 등 문명 3.0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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