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오랜만에 경주를 관광할 기회가 있었다. KTX를 타고 경주를 방문해 현지 관광은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과거 서울시에서 대중교통을 담당하기도 해 경주의 버스를 피상적이기는 하지만 유심히 관찰할 좋은 기회였다. 우선 ‘새천년의 미소’라는 브랜드로 통일된 경주의 시내버스 외형이 인상적이었다. 서울서 쓰던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있어 이용에도 불편이 없었다. 기본요금은 서울보다 상당히 비쌌지만 환승 시스템도 갖춰져 갈아탈 때 요금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용하면 할수록 몇 가지 개선했으면 하는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저상버스를 왜 도입했는지를 모르는 운전자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고가임에도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것은 노인이나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대중교통 이용을 편리하게 하기 위함이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100%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를 하고 있다.
그런데 저상버스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보도에 가깝게 붙여 정차해야만 한다. 그러나 내가 승차했던 경주시의 모든 저상버스는 보도에서 멀찍이 떨어져 정차를 했다. 결국 이용객들은 차도에 내렸다가 다시 보도에 올라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는 고가의 저상버스 가치를 떨어뜨린다. 이용객의 안전이나 편리보다는 운전자가 빨리 정차하고 출발하기 위한 공급자 중심의 과거 버스 운영의 전형적인 산물이다. 또 하나는 경주는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국제적인 관광도시임에도 외국인을 위한 배려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외국어도 된 시내버스 안내표지판도 안내방송도 찾기가 어려웠다. 안내방송도 차내 안내표지판도 주의 깊게 듣거나 보지 않으면 어느 정류소인지 알 길이 없었다. 내국인조차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데 외국인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런 경주시의 사례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대중교통시스템으로 인정받고 있는 서울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4년 준공영제를 기본으로 하는 대중교통 개편 이후 버스의 시민만족도는 해마다 높아졌다. 그런데 이러한 성과는 시내버스회사나 운전자의 자율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시내버스평가제도나 모니터링 등을 통해 적절한 통제와 관리를 했기에 가능했다. 만약 어느 한 축이 무너지면 쉽게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요즘 시내버스를 타 보면 과거와 같이 보도에 바짝 붙여 정차하는 버스가 점점 적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승객이 정류장에 열심히 뛰어오고 아직 버스는 정류지역에 있음에도 정차하지 않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버스 안내방송 역시 경주시와 마찬가지로 도착정류장 이전에 안내를 마치기 때문에 제대로 듣거나 보지 못하는 경우 정작 내릴 위치에서는 어느 정류소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한때 유행했던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다. 다 알다시피 동네의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다 보면 나중에는 동네 전체가 커다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아직은 서울시의 버스가 제대로 움직인다고 하지만 이렇게 사소한 문제를 방치하다 보면 과거 불편과 민원의 대상이었던 서울버스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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