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월 실거래 계약 확인해 보니

중개업소 통해 거래한 50건 중 30건 ‘최고가’

1~5월 거래는 역대 가장 적지만,

집값은 서울서 가장 안정적 상승

용산역세권 개발, 정비사업 등 속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센트레빌아스테리움서울’ 128.06㎡(이하 전용면적)가 18억3000만원(27층)에 실거래 계약됐다. 2020년 10월 14억4000만원(13층)에 거래된 게 직전 최고가였으니 1년8개월만에 3억9000만원이 더 뛴 신고가 계약이다.

같은 달 10일 용산구 한강로3가 ‘용산시티파크1단지’ 114.17㎡는 27억원(12층)에 계약이 성사됐다. 작년 5월 이 단지에서 21억(40층)에 계약된 아파트와 같은 크기다. 1년 1개월 만에 6억원이 올라 역시 역대 최고 거래가다.

주택시장이 거래가 줄면서 하락하는 곳이 늘고 있지만 용산구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거래량이 크게 줄긴 했지만 전체 거래량의 70%가 신고가일 정도로 집값 상승세가 공고하다.

헤럴드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지난 5~6월 두 달 용산에서 이뤄진 아파트 계약 60건(7월7일까지 신고된 건 기준)을 조사한 결과, 35건이 신고가 거래인 것으로 확인됐다. 5월 계약은 47건 중 27건이, 6월은 13건 중 8건이 신고가 계약이었다. 계약 후 30일 이내 신고를 해야 하므로, 6월 거래 중에는 아직 신고하지 않은 것이 꽤 있다.

이 기간 신고된 계약 중 10건은 시세보다 크게 낮은 ‘직거래’ 건이었다. 직거래 중에는 직전 거래보다 10억원 가까이 낮은 것도 보이는 등 대부분 지나치게 싸 편법 증여가 의심된다.

이들을 제외하고 이 기간 중개업소를 통해 일반적인 과정을 통해 거래된 아파트 50건만 놓고 따진다면, 사실상 실거래 신고 건의 70%(50건 중 35건)가 해당 단지 같은 크기 아파트 중 역대 가장 비싼 신고가 계약이었다.

그래선지 용산은 거래량이 역대급으로 줄었는데도 집값은 서울에서 가장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실거래 거래 신고가 모두 끝난 1~5월 기준, 용산 아파트는 모두 148건 계약됐다. 작년 같은 기간 거래량(479건)의 30% 수준이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래 가장 적은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1~5월 거래량도 444건은 됐다. 거래량이 많았던 2017년엔 5월 한 달 동안만 453건 계약이 이뤄진 적도 있다.

그럼에도 시세는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용산구 아파트값은 0.72% 올라 지난 2019년 7월 이후 36개월 연속 상승했다. 주간 기준으로도 6월 마지막 주 0.16% 변동률을 보이는 등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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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월간 시계열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이달 용산구의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6016만원으로, 지난달 5929만원 대비 87만원 오르며 처음으로 600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31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구 일대 모습. [연합]

한국부동산원 시세 기준으로도 용산 아파트값은 꽤 견조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4일 기준) 주간 아파트값은 서울 25개 시군구 중 서초구, 동작구와 함께 용산구 세 곳만 보합(0%)을 기록하고, 나머지는 모두 하락했다.

주택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용산구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으로 그동안 지연됐던 용산의 각종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당장 용산역세권 개발이 다시 시동을 건다. 한국철도공사는 부채 감축을 위해 한강로3가 일원 36만㎡ 규모 용산정비창 부지 매각을 추진한다. 부지 감정평가액만 5조~6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의 신호탄이다. 서울 중심부의 한강변 금싸라기 땅이라, 관광·정보기술(IT)·문화·금융 등을 아우르는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개발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개발이 진행되면 용산에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물론, 부동산 가치도 대폭 상승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 마스터플랜을 연내 발표할 것”이라며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2만9000㎡의 철도 유휴 부지를 최고 38층의 전시·호텔·판매·업무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이미 ‘용산 지구단위계획 및 서울역북부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에 대한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올 하반기 건축허가를 받아 한화건설이 내년 착공할 예정이다. 사업비만 2조원 규모인 것으로 전해진다. 2026년 준공 예정이다.

지지부진했던 정비사업도 하나둘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용산구는 이달 18일까지 ‘효창동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의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안’의 주민 공람을 한다. 효창동 일대 역세권 고밀개발 계획으로 최고 35층, 3300가구 공급이 추진된다.

지난 5월엔 ‘원효로1가 역세권 재개발 정비계획안’이 주민공람을 마치고 정비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다. 지하철 1호선 남영역과 6호선·경의중앙선 효창공원앞역 역세권(승강장 경계로부터 350m 이내)으로 지상 35층, 3316가구의 새 단지로 개발하는 내용이다.

청파동 일대 재개발 사업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과 인접한 청파1구역은 5월 재개발 사업을 위한 정비구역 지정을 마쳤다. 청파2구역은 서울시가 지원하는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돼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남동 재개발 사업도 서두르는 분위기다.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달 21일 이사회를 열어 공사비 입찰 예정 가격을 3.3㎡당 770만원으로 정하고, 시공사 선정 절차를 시작했다.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달 15일 임시총회를 열어 ‘관리처분계획안 수립 의결’ 등을 하는 등 다시 사업 추진에 고삐를 당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용산 민족공원 개발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주변에 국립중앙박물관과 미술관 등을 연계한 문화관광벨트가 조성돼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지역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재국 책사컨설팅 부동산연구소장은 “용산은 GTX-A,B노선은 물론 추가로 D노선도 계획돼 있고, 신분당선, 신안산선 등도 들어오며, 경부선 지하화도 추진되는 등 서울 중심지역으로서 교통 호재도 넘친다”며 “서울에서 가장 많은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고, 10년 후엔 강남보다 더 비싼 지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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