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정김경숙 지음,웅진지식하우스)=‘구글 최고경영자는 못되겠지만, 최고령 구글러라도’. 구글코리아에서 커뮤니케이션팀 총괄 임원으로 12년간 근무한 정김경숙씨는 남들이 은퇴를 생각할 나이인 쉰에 더 멀리 나갔다. 가족도 친구도 두고 훌쩍 실리콘밸리로 떠난 것이다. ‘누글러(구글 신입사원을 일컫는 말)’가 돼. 그것도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갔다. 구글의 전세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이 1년에 한 번 본사에 모이는 오프사이트 행사에서 그는 미국 내 전 세계 매체 특파원들을 지원하고 각국의 커뮤니케이션팀들과 미국 본사 담당자들을 이어주는 중개자의 필요성을 제안했는데, 바로 그 담당자 구인 메일을 받은 것이다.현재 구글 본사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근무하고 있는 그는 구글 내에서 ‘철의 여인’으로 통한다. 포기를 모르는 집요함과 끈기 덕에 붙여진 별명이다. 수 년 간 ‘삑’ 소리도 나지 않던 대금을 7년 넘게 불고, 14년째 검도를 이어온 4단 사범에 에베레스트 등정까지 마친 그는 꿋꿋함의 대명사다. 성실함만이 무기라는 저자는 인생이라는 긴 레이스에서 승부를 보는 것은 단거리 스퍼트가 아니라 오래 버티는 저력이라고 강조한다. 소심한 성격으로 30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는 주눅들 때마다 오히려 자신감을 붙이기 위해 자신을 몰아갔다. 처음에는 남의 인정을 받기 위해 한 일이 나중에는 자신의 성장을 위한 노력으로 바뀌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해?’ 보다는 ‘조금 더 해보면 될 것 같은데’라는 태도로 끈질기게 하는 게 습관이 된 것이다. 평생 물공포증에 시달렸던 그의 지금 목표는 올여름 라이프가드 자격증에 도전하는 것이다.

▶마고(한정현 지음, 현대문학)=역사에서 지워지고 배제된 존재들, 여성과 성소수자, 성폭력 피해자, 이민자들을 발굴하고 드러내온 작가 한정현이 일제 패망 직후 미군정기 혼란기에 일어난 한 살인사건을 소환했다. 하버드대 출신의 윤박 교수가 미군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다. 사건은 좌우익 대립 상황에서 미군이 살해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미군정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 세 명의 여성들의 애정행각에 따른 살인으로 덮인다. 종로경찰서 검안의이자, ‘세 개의 달’이라는 가명을 사용, 의문의 사건을 해결하는 여성 탐정, 연가성은 문화부 기자인 권운서와 함께 희생의 제물로 바쳐질지도 모를 윤박 교수와 이 세 여인들과의 관계를 추적한다. 당일 윤박 교수와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에 연루된 세 명의 무고한 여성들은 수사가 진전됨에 따라 또 다른 진실이 드러난다. 윤박 교수가 이들을 이용하고 착취하며, 이들을 원한과 죄책감으로 몰아간 정황이다. 세 용의자 중 하나였던 소설가이자 윤박 교수의 제자였던 현초의의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로 갈게”라는 문장은 사건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이자 마지막 퍼즐이 된다. 연가성과 권운서의 관계는 소설의 다른 한 축을 이룬다. 월북한 아버지와 재조 일본인 어머니를 둔 연가성과 남자의 몸을 지녔지만 여자로 살며 가성을 사랑한 권운서의 이야기다. 공적인 역사 이면의 발굴되어야만 하는 역사들을 찾아내 기록하는 게 소설의 역할이라는 작가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이 작품 전반에 녹아있다. 마고는 세상을 창조한 여성신이지만 조선과 일제를 지나면서 남성적 시각으로 해석, 사람을 해치는 마귀할멈으로 전락한다.‘마고할멈’은 학창시절,안경을 쓰고 짧은 머리에 공부를 잘하던 가성을 놀리는 별명이기도 하다.

▶나폴레옹(앤드루 로버츠 지음, 한은경·조행복 옮김, 김영사)=신세계그룹이 인문학 지식나눔 사업의 하나로 추진하는 지식향연 시리즈로 출간됐다.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앤드루 로버츠의 역작으로 나폴레옹의 모든 것을 담은 단연 최고의 전기로 꼽힌다. 본문 만 1200쪽이 넘는 묵직한 책이다. 저자는 15개 나라의 기록보관소 69곳에서 찾아낸 현존하는 나폴레옹의 3만3000여 통의 편지를 분석, 인간 나폴레옹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또한 53군데의 전장을 답사, 뛰어난 전술을 구사한 군사혁명가로서의 나폴레옹을 조명한다. 나폴레옹은 역사적 평가와 비난이 엇갈리는 인물 중 하나다. 프랑스공화국의 황제라는 모순처럼 프랑스혁명의 계승자로, 한편에선 파괴자로 불린다. 그럼에도 그가 유럽은 물론 세계사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저자는 나폴레옹을 근대 프랑스의 창립자로 자리매김시킨다. 나폴레옹이 마련한 제도에 기반, 프랑스는 혁명기의 혼란을 정리하고 평등원칙을 공고히 한 법안을 세울 수 있었다. 또한 나폴레옹 법전은 유럽 법률의 기초이자 세계의 법 체계에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의 행정체제와 각종 시설, 학교 등은 나폴레옹때 만들어진 게 많다. 저자가 찾아낸 나폴레옹의 새로운 면모는 뛰어난 유머감각. 아무리 심각한 상황에서도 가족과 측근들에게 농담을 던지곤 했다. 나폴레옹과 조세핀의 유명한 러브스토리도 사실과 다르다. 책은 영국의 산업혁명과 미국의 독립혁명, 프랑스 대혁명 등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간 나폴레옹을 통해 격변의 우리시대 화두를 돌아보게 한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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