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고지서 받아든 주택 소유주 ‘희비’
1주택자 재산세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2주택 등 다주택자 공시가 급등 영향 그대로
고가주택 보유 1주택자 특히 세 인하 효과 커
“주택수 대신 가액 기준으로 세금 매겨야” 주장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 서울 외곽의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A씨는 올해 재산세를 조회하고 놀랐다. 지난해 100만원대 중반이었던 1차분 재산세가 200만원대로 25% 넘게 올라서다. A씨는 “연말 종합부동산세까지 계산하면 세액이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당장 내야 할 재산세가 부담”이라면서 “훨씬 비싼 강남 아파트에 사는 부자도 1주택이면 재산세가 크게 줄었다고 하는데 괜히 억울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올해 6월 1일 기준으로 부과되는 재산세 1차분 고지서가 이달 중순 발송되는 가운데 온라인 재산세 조회가 시작되면서 주택 소유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주택자는 대부분 크게 인하된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든 반면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지난해보다 20~30% 오른 세액에 한숨 짓는 모양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보유세 인하 방안 적용으로 올해 1주택자의 주택분 재산세는 2020년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낮추면서 세부담상한제 혜택을 받아온 일부를 제외하고는 상당한 세금 감경 효과를 누리게 됐다.
다만 2주택 이상 소유자의 경우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그대로 적용받아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과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17.2% 오르며 지난해(19.1%)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2차분 재산세와 함께 종부세가 부과되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에 따라 전반적으로는 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오른 재산세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고가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가 세 인하 효과를 누리는 데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다. 합산 공시가격 기준으로는 자산이 비슷하더라도 주택 수에 따라 재산세 격차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종부세가 더해지고 1주택자에 대한 과세기준금액 3억원 상향까지 적용되면, 이른바 ‘똘똘한 한 채’ 보유에 따른 세 감경 효과는 상당하다.
실제 부동산 세금계산 서비스 셀리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발표된 보유세 개편 정부안을 반영할 때 공시가격 기준 7억5000만원짜리 주택 두 채를 보유한 2주택자가 올해 내야 하는 재산세는 407만원으로, 15억원짜리 주택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343만원)보다 64만원 많다. 연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까지 더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합계 공시가격이 동일한 두 사람의 종부세는 각각 770만원과 12만원으로 예측된다. 전체 부동산 보유세가 1177만원과 355만원으로 800만원 넘게 차이나는 셈이다.
게다가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는 과표가 클수록 감면폭이 크다 보니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이 비쌀수록 감세 효과는 크다. 실제 30억원짜리 주택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의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는 각각 761만원과 329만원으로, 총 보유세는 1090만원으로 추정된다. 7억5000만원짜리 주택 두 채를 가진 2주택자보다도 세금을 덜 내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안팎에선 주택 수가 아닌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도록 부동산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보유세 부과 방향을 형식적인 주택 수가 아닌 가액 기준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양정훈 세무법인 충정 세무사는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강남권 고가 1주택자의 경우 올해 보유세가 예상액보다 많게는 3000만~4000만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2주택자 등도 종부세가 일부 인하되겠지만 세 부담 완화를 체감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