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 임용 법관 25% 6대 로펌 출신

김앤장 41명>태평양 17명>광장·세종 14명

경력 5년이상 6년미만, 임용 65.7% 차지

주도적 업무 ‘파트너’ 시기 장담할수 없어

4~8년차 ‘주니어 변호사’들 경쟁 부추겨

판사 목표, 경험 쌓으려 대형로펌行도

‘법조 일원화 제도’ 시행으로 현상 심화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 법조일원화제도분과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는 모습. 2026년부터는 초임 판사를 경력자 중에서 선발하는 ‘법조 일원화’ 제도가 전면 시행된다. [대법원 제공]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 법조일원화제도분과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는 모습. 2026년부터는 초임 판사를 경력자 중에서 선발하는 ‘법조 일원화’ 제도가 전면 시행된다. [대법원 제공]

지난해까지 4년간 경력 법관에 임용된 판사 중 25% 이상이 국내 6대 대형 로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8~2021년 임용된 판사 435명 중 111명(25.5%)이 6대 로펌으로 꼽히는 김앤장·광장·태평양·세종·율촌·화우 소속 변호사 출신이었다. 김앤장이 41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임용자 대비 약 10% 수준이다. 이어 ▷태평양 17명 ▷광장·세종 각 14명 ▷율촌 13명 ▷화우 12명 순이었다.

법조 경력을 보면 5년 이상 6년 미만 경력자가 286명으로, 전체 임용자의 65.7%를 차지했다. ▷6년 이상 7년 미만 67명(15.4%) ▷7년 이상 8년 미만 28명(6.4%) ▷10년 이상 26명(6.0%)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5년 이상 6년 미만 경력자들의 법관 지원은 2018년부터 해마다 증가세를 보였다. 경력 법관 임용 자격이 생기는 5년 이상 경력이 생기자마자 전직하는 변호사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대형 로펌 변호사는 공무원 신분인 판사보다 훨씬 많은 급여를 받는다. 업계 1위인 김앤장의 경우 판사 임용 성적이 되는 사법연수원 수료생들도 상당수 영입해 왔다. 흔히 ‘어쏘 변호사(associate attorney)’로 불리는 고용변호사로 일정 기간 근무하면 해외 연수 기회가 보장되고, 국내로 복귀한 뒤 정해진 연차에 파트너 변호사가 되는 구조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변호사업계 규모가 3만명 수준으로 늘어나고, 로펌 창립 세대가 여전히 은퇴하지 않으면서 인사 적체가 시작됐다. 사법연수원 34기를 기준으로 변호사 수가 늘어났고, 주도적으로 업무를 하고 배당금을 받는 파트너가 되는 시기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4~8년차 ‘주니어 변호사’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대목이다. 인사 적체 구조는 고스란히 저연차 변호사들의 경쟁을 부추긴다. 한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야근과 주말 근무를 밥 먹듯 할 뿐더러 일과 삶의 균형이란 게 없다. 특히 어쏘 변호사 때에는 그게 일상으로 삶의 질은 최악”이라며 “파트너 변호사가 되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절대적으로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일을 하지만 평가는 상대적이니 그런 것들이 힘들고 지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과 검찰에서 ‘전관 변호사’가 꾸준히 배출되는 점도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긴다. 로펌이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자체적으로 인재를 길러내기보다 실력이 검증된 자원을 영입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저연차 변호사들이 설 자리는 그만큼 좁아지고 있다. 2019년 53명이었던 퇴직 판사 수는 이듬해에는 74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참여연대가 퇴직 법관 279명의 근무 소속을 확인한 결과 112명(40.1%)이 대형 로펌으로 이직했고, 114명(40.9%)이 중소형 로펌, 개인사무소 개업은 28명(10.0%)로 집계됐다.

법원 외부에선 경력 법관이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로 채워지는 데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변호사로 일정 기간 경력을 채워야 판사 임용이 가능한 ‘법조 일원화’ 제도가 시행된 이상 이러한 현상은 피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반론도 있다.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있는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우수하고 다시 법원에 임용될 만한 가능성이 있는 분들이 단독 개업보단 대형 로펌에 지원하는 것을 선호하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판사가 목표인데, 변호사 경력도 갖춰야 하니 그러면 부수 조건이 좋은 대형 로펌에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사건 난이도 등이 높은 대형 로펌 경험이 경력 법관 전형에서 도움이 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총 16번의 절차로 진행되는 현행 경력 법관 선발 전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필기시험인 법률서면작성평가와 실무능력평가면접이다. 실제 당락이 갈리는 비중은 서류 지원을 위한 예비시험 격인 필기시험보다 면접이 더 크다. 실무면접은 민사나 형사 분야에 관한 가상의 재판 상황을 제시하면, 응시자가 법전 등을 통해 답을 궁리한 뒤 면접위원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선의 한 고법 부장판사는 “구술면접에서 보는 건 법률 실무 능력이니 로펌에서 송무 업무를 하며 사례를 많이 다뤄봤다면 유리할 순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현직 판사들은 경력 법관 선발 전형 방식을 놓고 ‘대형 로펌 출신을 선발하려는 구조’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오히려 최소한의 문제 해결 능력을 확인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못하겠다고 하면 재판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지금도 배석판사 중에선 판결문 초고를 채우지 못해 공란을 비워 놓고 부장에게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법조 일원화는 충분하고 다양한 경험을 갖춘 법관이 재판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를 위해 법조 경력 10년이 필요하지만, 제도 시행 차질을 줄이기 위해 유예 기간을 뒀다. 지난해 12월 법원조직법 개정안의 통과로 2024년까지는 최소 법조 경력 5년 이상 기준이 적용된다. 판사 지원자의 최소 법조 경력은 2025년부터 2028년까지는 7년, 2029년부터 10년으로 상향된다.

이러한 판사 선발 방식 다원화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지난해 8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 법원조직법 반대토론에서 “전국 신규 판사의 8분의 1이 김앤장 출신”이라며 “대형 로펌 출신자들과 법원 내부 승진자들의 독식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법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법관 임용 절차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대부분의 절차가 ‘블라인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특정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에게 유리한 취급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기자


po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