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기로에 선 중소기업
한동안 원부자재 막혀 고생고생
봉쇄 풀리니 육송 막혀 전전긍긍
선박 놓치고 수출계약 차질 우려도
상하이 봉쇄의 여파에서 채 헤어나오기도 전에 화물연대 파업이 덮치면서 중소기업들이 생사기로에 놓였다.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 소비가 회복되는 와중에 원자재가격 급등에 물류난까지 이어지면서 경영난을 우려하는 처지다.
한 생활용품 기업 A사는 연일 품절사례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울상이다. 제품이 잘 팔려 품절이 된 게 아니다. 상하이봉쇄 여파로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공급망에 문제가 생겨 품절됐다. 최근 봉쇄가 풀리면서 원활한 물량수급을 기대했지만 다시 국내에서 육상운송망 마비라는 난관을 맞았다.
주방가전 기업 B사도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부품난’이라는 뉴스를 볼 때마다 화들짝 놀란다. 상하이 봉쇄로 인해 핵심부품 수급이 어려워 한참 고생했는데, 이제 국내 물류리스크까지 떠안은 탓이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밥 트렌드가 자리잡으면서 수요는 늘었는데, 핵심 모터가 상하이에서 안들어오는 바람에 한동안 어려웠다”며 “제품을 제 때 공급을 못하니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걱정”이라 했다.
화장품 제조 C사는 상하이 봉쇄 이후 중국에서 공급받는 원료가 한달 가량 늦어져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빚었다. 당시 봉쇄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결국 대체공급처를 찾지 못했다. 네트워크가 충분하지도 않았고, 품질관리를 감안하다 보니 대체할 기업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 봉쇄는 풀렸지만 이번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전전긍긍이다. C사 측은 “코로나터널에서 벗어나면서 K-뷰티가 다시 불붙는다고 하는데, 원료수급이 안 되니 남의 일일 뿐”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화물연대 파업은 국내 최대 내륙 통관 컨테이너기지인 의왕ICD부터 평택항, 부산항 등 주요 항만까지 사실상 마비상태에 이르게 했다. 외국에서 조달되는 원료나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 뿐 아니라 해외로 제품을 보내야 하는 중소기업들도 발을 구른다. 육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최근 물류대란 여파로 어렵게 확보한 선박까지 놓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는 것.
제품을 선적할 배를 놓치면 수출기업은 선박을 재확보하는 비용에, 납기일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한다. 해외 계약물량을 약속된 시점에 공급하지 못하면 신용에 타격을 입어 향후 계약에도 영향을 받는다. 해외 협상력이 약한 국내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안하면, 계약이행을 하지 못한 책임은 전부 스스로 져야 한다. 위약금 등을 면할 수 있는 면책범위는 개별계약으로 정해야 하는데, 중소기업들이 외국 바이어와 계약하면서 이를 일일이 명시해달라 요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은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계약차질은 면책이 가능하지만, 파업으로 인한 물류차질은 면책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특히, 화물연대 차주들은 개인사업자 성격이 강해 외국에서는 이를 노동이슈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